김규하 육군총장 "육군은 회복 중…'국민 일상' 지키는 군 되겠다"

[뉴스1 초대석] "계엄 상흔, 내부 소통 강화해 치유·회복에 집중"
"자유롭고 열린 소통·집단지성 통해 강하고 신뢰받는 육군 될 것"

김규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지난 4일 진행된 '뉴스1 초대석'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이후 육군이 "여전히 회복 중"이라며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을 넓혀 떨어진 사기를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6.5.4 ⓒ 뉴스1 김기태 기자

(계룡=뉴스1) (대담=서재준 외교안보부장) 김기성 허고운 기자

대팽고회(大烹高會).

추사 김정희는 생을 마감하던 해인 1856년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의 시 '중추가연'에 착안해 '대팽두부과가채, 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란 글귀를 남겼다. 두부, 오이, 생강, 나물 반찬으로 차린 소박한 식탁이 으뜸이고, 부부와 자녀, 손자녀가 함께 있는 가족이 '최고의 모임'이라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특유의 소박한 필법으로 써 내려간 것이다.

한국 사회는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와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혼란을 겪었지만, 이제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은 복구가 된 듯하다. 하지만 아직 상흔을 다 치료하지 못하고 회복에 집중하는 곳이 있다. 바로 육군이다.

불법적 비상계엄의 여러 장면에서 등장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 이로 인해 추락한 국민의 신뢰. '육군'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우려와 불신의 시선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지난 4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진행한 '뉴스1 초대석' 인터뷰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일선 구성원들을 다독이고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지 고민하던 중 김정희의 '대팽고회'를 떠올리며 지휘서신을 썼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육군이 힘들면 국민이 불안하다. 육군 구성원 스스로 '강한 육군, 신뢰받는 육군'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대팽고회'가 생각났다"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국민의 일상이고, 국민의 일상을 육군이 지키고 있다. 이것이 육군의 문화유산 그 자체'라는 메시지를 우리 구성원들에게 전해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총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육군 구성원들의 심리적 치유와 회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본인이 직접 육군훈련소를 찾아 훈련병과 소통하고, 초임 간부를 교육하는 등 지휘관들과의 현장 소통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육군은 지금 회복 중"이라며 "회복의 일환으로 자유롭고 열린 소통과 이를 통한 집단지성의 결집을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방적이고 솔직한 사람들이 대거 참여해 인공지능(AI)이 폭발적인 발전을 이뤘듯, 총장부터 주요 장성단·주요 지휘관·부사관단이 자유롭고 열린 소통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육군이 되겠다"라며 "이것이 육군의 '문화유산'라는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6.5.4 ⓒ 뉴스1 김기태 기자

육군은 전국 800여 개 주둔지에 대한 생활·근무·훈련 환경 개선 사업인 '공간력'(空間力) 사업을 전투력 혁신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오는 2036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드론·AI·로봇·사이버·전자기 능력을 결합한 유무인 복합체계인 '아미타이거 플러스'(Army TIGER +) 개념을 세워 과학화경계체계를 비롯한 미래 전투체계를 구체화하고 2040년까지 전군에 확산할 계획도 수립했다.

김 총장은 "공간력 사업은 '10년 프로젝트'로, 육군이 처한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라며 "과학화경계체계는 인구절벽과 병력자원 감소에 대비하는 군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큰 우려가 있는 것은 알지만 안 갈 수 없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짚었다.

이어 "아미타이거 플러스는, 2040년까지 유무인복합체계 전력 중심으로 우리 군 구조와 부대 구조를 바꾸는 아미타이거 사업에 네트워크화, 기동화, 지능화를 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2018년 아미타이거 사업을 시작할 당시 예측한 수준보다 훨씬 큰 폭으로 진화한 기술을 군의 전투체계 발전 계획에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임기 동안 설계하고 추진한 정책들이 5~10년 뒤 잘 정착해 결실을 맺고, 이를 체감한 구성원들이 '육군에 복무한 것에 자긍심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총장으로서의 목표"라며 "육군 구성원들이 굳이 '국민을 지키는 군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뢰를 쌓고, 국민들로부터 그러한 신뢰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김규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현장에서 중·소위들, 초급 부사관, 용사들을 만나면 '내가 저 나이 때 저랬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육군의 장래는 밝다"라고 말했다. 2026.5.4 ⓒ 뉴스1 김기태 기자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신뢰받는 육군'이라는 슬로건은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취임사를 쓰면서 국민이 과연 육군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 육군이 힘들면 국민이 불안하다. 육군 구성원이 스스로 '강한 육군, 신뢰받는 육군'이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심어주려고 고민하다가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귀 '대팽고회'가 생각났다. '일상 자체가 소중한 가치'라는 의미를 전하며 '가장 소중한 것은 국민의 일상이고, 국민의 일상을 육군이 지키고 있다. 이것이 육군의 문화유산 그 자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지휘서신을 썼다. 결국 육군 내부 구성원이 스스로를 '강한 육군, 신뢰받는 육군'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국민들로부터도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일단 모든 역량을 육군 내부 구성원들을 치유·회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치유와 회복'을 위한 노력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회복의 일환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AI는 다양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개방성과 솔직함을 바탕으로 '혁신의 용광로'라고 할 만큼 폭발적인 발전을 이뤘다. 육군도 자유롭고 열린 소통과 집단지성에 기반해 총장부터 주요 장성단과 지휘관, 부사관단 등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도입 중이다. 또 현장을 많이 가서 보고, 듣고 있다. 육군 구성원을 만족시키려면 수요자인 육군 용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 후 지금까지 진행한 '치유와 회복'의 점수를 매긴다면.

▶정량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많은 장성들이 계엄 사태로 징계와 처분을 받았고 아직 상흔이 남아 있다. 육군 정원이 36만여 명이기 때문에 사실 계엄 관련자는 극소수다. 극소수로 인해 육군 전체가 침체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장을 가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현장에서 중·소위들, 초급 부사관, 용사들을 만나면 '내가 저 나이 때 저랬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하고 있다. 육군의 장래는 밝다고 본다.

-총장이 직접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훈련병들과 소통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훈련병들을 만난 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취임 후 육군훈련소에 총 세 번 갔다. 한 기수가 약 3500명이다. 처음에는 나도 일방적인 강연을 했지만, 이제는 쌍방향 소통을 하려고 한다. 지금 육군의 모토는 '사람, 변화, 혁신'이다. 아무리 군이라도 사람에 대한 존중은 계급과 무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에게 질문을 15개 정도 받았는데, 우리의 안보를 고민하고 군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총장은 자신들과 같은 나이 때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묻더라. 당연히 군 생활에 대한 걱정이나 불편함을 토로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고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상당히 놀랐다.

-기존 '아미타이거' 사업에 '플러스'가 붙었다. 어떤 차이가 있고,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4차 산업 혁신 기술에 기반한 지상군의 변혁,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중심으로 우리 군 구조와 부대 구조를 바꾸겠다며 시작한 것이 2018년의 '아미타이거'다. '아미타이거 플러스'는 AI, 드론 및 대드론, 로봇, 사이버·전자기 능력을 육군 핵심 전력으로 발전시키고, 미래 군 구조와 유연하게 연결해 네트워크화·기동화·지능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8년 아미타이거를 시작할 당시 예측한 수준보다 훨씬 빠른 기술의 진화를 군의 전투체계에 추가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오는 2027년까지 아미타이거 플러스 시범부대로 2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2040년에 갖춰질 육군의 모습을 최대한 집약해서 빠른 시일 안에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게 준비 중이다.

-'공간력'이라는 말은 어떤 개념인가. 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게 됐나.

▶2013년 1포병여단 3포병단장 재임 때 예하 한 부대에서 인명사고가 유독 자주 발생했다. 군은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전통적으로 병력 관리 측면에서 진단하고 해소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을 선호했다. 그런데 연간 수백회의 정학 조치가 발생하고 학습능력도 뒤처진 영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복도에 선을 하나 그어 학생들의 이동 방식을 통제하니 학생들 간 다툼도 줄어들고, 정학도 감소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 추가로 예산을 투입해 공간을 바꾸니 학습능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이러한 '새로운 공간 개념'을 우리 군에 도입해 사건·사고를 줄이고, 전투력을 높이려는 것이 공간력 사업이다. 사단장 재임 때 '공간의 힘'이란 말로 공간력 개념의 도입을 처음 시도했고, 수도방위사령관 때 이를 확대하면서 군의 '하드웨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육군 전체에 공간력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인테리어사업 하자는 거냐'라는 비판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간력의 핵심은 육군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모든 공간에 대해 전투플랫폼의 핵심인 '사람'의 수요를 반영해 궁극적으로 전투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경계병력을 크게 줄이고 AI가 경계를 대신한다는 과'학화경계체계' 도입에 대한 우려에는 보다 선명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환경예측을 해보면, 병력자원 수급 환경이 점점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그러한 방법 중 하나가 과학화경계체계다. 병력은 줄어드는데 비무장지대, GOP에 집중 배치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의 해결 방안인 것이다. 과학화경계체계 도입은 안 갈 수 없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2040년을 목표로 AI경계작전체계를 도입할 계획으로, 현재 2개 사단에서 AI경계모델을 실증하고 있다. 하나는 육군인공지능센터가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용모델이다. 지금 경계체계는 감시감지 통제시스템에 포착된 것이 동물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위해 병력이 직접 살펴보고, 평가하고, 복기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AI체계는 센서가 객체 인식으로 동물과 사람, 적과 아군, 장비를 직접 추론해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력을 줄일 수 있다. 실제 AI 학습을 시켜보니 인식 정확도가 90% 이상 나오기도 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점차 현실화하는 사안들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중요 국가과제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자주국방은 오랜 국가적 염원이다. 나라를 스스로 지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나. 전작권 전환이 연합방위체제 붕괴, 해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작권 전환은 동맹과 함께 가는 것이고, 우리 역량을 훨씬 잘 갖춰 나라를 더 잘 지키자는 의미가 강하다.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능력과 조건과 관련해 육군에 부여된 과업들이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에서 잘 준비하고 있고, 오래 추진한 만큼 기대치에 근접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총장 임기가 끝났을 때 육군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임기 동안 설계하고 추진한 정책들이 5~10년 뒤 잘 정착해 결실을 맺고, 이를 체감한 구성원들이 '육군에 복무한 것에 자긍심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육군 구성원이 굳이 '국민을 잘 지키는 군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국민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국민의 신뢰가 많이 쌓이길 바란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1968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강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 47기로 입교해 1991년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1포병여단 3포병단장, 1군단 화력참모, 합동참모본부(합참) 화력과장을 지내는 등 현장형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2017년 12월 준장으로 진급한 이후엔 합참 비서실장과 전략기획차장, 52사단장, 수도방위사령관, 지상작전사령부 부사령관, 미사일전략사령관을 거치는 등 작전·전략통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9월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사실상 공석이었던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우기보다는 현장 소통을 중시하는 덕장형 지휘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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