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학 "트럼프식 외교 정책, 동아시아 국가의 대중 선호도 높일 것"
국내 전문가 "美 실책이 中 신뢰로 이어지진 않아" 반박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석학인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명예원장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간 세력 균형을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옌 원장은 이날 오전 경기연구원이 성남 분당구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GRI 명사 초청 특별 세미나: 미중 관계 변화와 전망'에 참석해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최종건 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를 비롯한 국내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옌 원장은 "흔히 현재 국제질서를 'G2 체제'라고 말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리더십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아니라 인공지능, 반도체, 데이터 등에 대한 기술 경쟁만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금은 명확한 주도국이 없는 'G0 체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미·중 갈등이 유럽에서 두드러졌던 반면, 앞으로는 주요 산업 공급망과 첨단기술 경쟁이 동아시아로 향하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옌 원장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친미, 친중, 또는 양자 간 균형을 모색하는 '헤징'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들은 중국의 경제적 흡인력과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미국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중국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최종건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교적 선택은 어느 한쪽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문제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베트남의 대중 견제와 경제 협력 병행, 싱가포르의 전략적 균형,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외교적 자율성 추구 전략 등을 보면 각국 지도자의 성향, 국내 여론, 경제 의존도와 안보 위협, 산업 구조가 동시에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미국의 실책이 곧바로 중국에 대한 신뢰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단순히 경제적 영향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주변국에 대한 주권 해양 권익이나 전략적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차원의 신뢰를 더 보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희옥 교수 역시 "옌 원장께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진영의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국이 이같은 선택을 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한국이 앞으로 외교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지, 또한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3년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한중 경제 협력의 새로운 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기반으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동아시아 질서와 국내 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경기도 차원의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성천 경기연구원장은 "오늘날 미·중 관계는 단순한 외교 현안을 넘어 공급망, 기술, 산업, 안보를 동시에 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기연구원도 국제 정세 분석과 지역 정책 연구를 연계하기 위한 역할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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