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방산-해궁, 말레이시아에 간다[특별기고]
여승배 주말레이시아 대사
"실용 외교 다변화 위해 아세안 국가들과 방산 협력 추진해야"
지난 4월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DSA 2026'에서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LIG넥스원은 함대공미사일 '해궁' 조달 계약에 서명하였다. 총 9400만 달러 규모(약 1400억 원)인데, 우리 기술로 개발된 해궁의 최초 해외 수출이라는 의미가 작지 않다. 아울러 동남아 지역에 우리의 다층 통합 방공시스템을 도입하는 첫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번 계약에 앞서 양국은 작년 10월 말 한-말 정상회담을 계기로 방산 분야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해궁 계약은 해당 MOU 체결 이후 거둔 첫 번째 성과로 평가된다. 아세안의 전략적 허브이자 우리의 대아세안 접근의 관문인 말레이시아와의 해궁 사업 합의에는 다음 세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을 계기로 아세안 역시 주변 안보환경 악화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경제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영향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안정적이라 여겨왔던 말라카 해협 등 주변 해역의 안전과 안보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작년 9월 발표된 말레이시아 국방백서 중기검토보고서에서부터 이미 나타났다. 동 보고서는 남중국해 관련 안보 위협 인식을 한층 명확히 하고, 공급망 안보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강조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역외 국가들과의 보다 적극적인 양·다자 국방·안보 협력 강화를 주문하였다.
둘째, 이러한 상황에서 말레이시아가 자국 국방력 강화 노력의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협력은 그동안 교역·투자 등 경제 분야와 관광·문화 등 인적 교류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2023년 FA-50 18대 계약에 이어 이번 해궁 미사일 조달 계약이 체결되면서, 양국 간 협력의 범위가 국방·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방산 및 국방 분야 모두에서 협력 MOU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이다. 명실공히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방산 협력 확대의 배경에는 우리 기업의 기술적 경쟁력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높은 호감도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도 한류의 인기가 상당한 역할을 하는데, 2023년 말레이시아에서 펼쳐진 블랙이글스 에어쇼 영상이 무려 약 700만 조회수(말레이의 전체 인구는 약 3400만명)를 기록하였다. 말레이시아 역시 대부분의 국가와 같이 정부 예산에서 복지를 국방보다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이 드는 방산 사업의 파트너가 한국일 때는 여론의 반대가 적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같이 제조업 기반을 갖춘 국가에 있어, 다른 경쟁국에 비해 기술 이전과 현지화, 인력 양성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한국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한국은 올해 10월부터 인도되는 FA-50의 산업협력 프로그램(ICP)으로 현지 업체와 시뮬레이터를 공동 개발하였는데, 이 프로그램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최우수 ICP 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앞서 언급한 국방백서 중기검토보고서에는 말레이시아 군의 현대화를 위해 우선 확보해야 할 전략자산으로 다목적 지원함(MRSS), 중거리 방공체계(MERAD), 대공방어체계가 제시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들로서, 현재까지 진행된 기술 평가 등에서 우리 기업들이 타국 경쟁사 대비 높은 점수를 받아 추가 방산 계약으로의 성과가 기대된다.
말레이시아, 나아가 아세안은 현재 국제 정세 속에서 협력의 폭과 깊이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중요한 파트너이다. 그간의 관계가 교역, 투자, 공급망 등 경제에 치중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해궁 계약은 단순한 무기 수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제 한국은 안보 분야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보다 적극적인 국방·방산 협력 추진은 우리의 실용적 외교 다변화와 역내 우리의 전략적 존재감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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