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반 만에 방남하는 北 선수단…'대화 복원' 계기 마련은 쉽지 않다
'적대적 두 국가' 속 北 '내고향' 여자축구팀, AFC 클럽대회 참가
"관계 개선 신호로 확대 해석 어려워…제한적 접촉 가능성은 있다"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의 여자축구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북한의 스포츠팀으로서는 7년 반 만에 남한(한국)을 방문한다. 남북의 공식 접촉이 2019년 이후로 멈춘 상황에서 북측 인사들의 전격적인 방남이 이뤄졌지만, 이번 이벤트가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4일 통일부와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북한의 여자축구 '클럽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준결승전)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남한의 '수원FC위민'으로, 남북 대결이 성사됐다.
오는 17일 입국할 예정인 '내고향' 팀은 27명의 선수단과 12명의 스태프 등 39명으로 꾸려진다. 내고향 팀이 결승에 진출하면 오는 23일 결승전을 소화한 뒤 24일 출국하며, 4강전에서 패배하면 21일 출국할 예정이다.
북한 측 체육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의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대회 이후 7년 5개월여 만이다. 여자 축구팀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이 참가한 이후 12년 만이다.
오랜만에 북한 측 선수단이 방남하게 되면서 남북 간 정치적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축구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일국 체육상(장관)이 지난 4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를 계기로 살만 빈 이브라힘 알칼리파 AFC 회장을 만나 회동하는 등 북한이 이번 AFC 대회에 의욕적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측면에서다.
당초 이번 대진표가 짜인 뒤 북한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해 경기에 불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남한을 지난 2023년 12월 과거의 남북관계 역사를 모두 지우고 남과 북이 '적대적인 다른 나라'라는 뜻의 '남북 두 국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전격적으로 경기 참가를 결정하면서 남북 당국 간 유의미한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남북의 관계가 경색됐을 때마다 스포츠를 매개로 대화를 재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고향'팀의 방남은 '남북 교류'가 아닌 AFC가 주최하는 '국제대회 참가'에 방점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긴 하다. 이번 대회가 국가대표 대항전이 아닌 클럽팀 간의 경기라는 점도 북한 선수단의 방남 자체가 남북 당국 간 상황의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을 작게 만드는 요인이다.
통일부 관계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회는 순수 민간 스포츠 경기라는 점에서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편안한 경기 운영을 할 수 있게 협조할 것"이라며 "국제대회이기 때문에, (남북 스포츠 교류가 아닌) 국제대회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후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해 성적을 내고 이를 '국력'과 연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이번 대회에 고심 끝에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은 역시 4강에 진출한 호주(멜버른 시티 FC)나 일본(도쿄 베르디 벨레자)보다 늦게 AFC 측에 출전 의사를 밝히는 등 고민의 흔적은 역력해 보인다.
북한의 '내고향'팀은 평양을 연고지로 하는 팀으로, 지난해 11월에 열린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4강전 상대인 수원FC위민을 3대 0으로 꺾는 등 수준 높은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전반적으로 여자축구가 남자축구에 비해 국제대회 성적이 좋은 편이기도 하다.
북한의 입국 방식에도 남북관계의 현주소가 반영돼 있다.
'내고향'팀은 오는 17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고려항공이 아닌 '에어차이나'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를 지나는 남북 간 육로는 북한 측이 남북 단절 조치에 따라 이미 지난 2024년 폭파하고 각종 장벽을 세우는 등 '요새화'를 진행한 바 있어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렵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 때처럼 남북 간 직항로를 이용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나 가능했던 방식이다.
북한의 김일국 체육상 등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임할 수 있는 고위급 인사들의 방남 가능성도 현재로선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내고향'팀의 선수단 명단이나 입국 방식 등 관련한 모든 사안에 대한 소통이 남북 간 직접 협의가 아닌 북한축구협회와 AFC,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북한이 이번 대회 참가를 남북 간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국제 기준'에 따라 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회 참가와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발표해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을 하거나, 전향적으로 남북 당국 간 소통에 임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지만, 현재로선 경기 전후 및 4강전 등 대회 기간에도 남북 간 유의미한 접촉이 이뤄진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내고향'팀의 방남 결정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해외 대회 성과에 의미를 두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북한은 방남 과정에서도 한국 언론 노출과 당국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yoong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