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군사 강국 맞지만…'세계 군사력 5위'엔 '허수' 있다

"GFP 순위는 핵 위협 반영 못 해…순위보다 대북 억제력이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자체 군사력이 세계 5위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자주국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이 순위의 근거가 되는 지표에 '허수'가 있다는 지적도 1일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왜 자꾸 우리가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체 방위가 어려운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갖느냐"라며 "분명한 건 대한민국이 전 세계 자체 군사력 수준이 세계 5위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근거에서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5위라고 표현했는지 설명하지 않았으나, 군 안팎에서는 미국 민간 사이트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발표한 국가별 군사력 순위를 근거로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GFP에 따르면 2026년 기준 한국의 군사력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다. 한국은 이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하다 2024년 한 계단 올라선 상태다. 북한은 GFP 기준으로는 31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GFP는 핵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전력 중심으로 순위를 산정했고, 현대전의 핵심 변수인 사이버·드론 등의 전력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는 게 다수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 때문에 GFP의 순위를 정부가 정책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GFP라는 출처는 정부의 공식 문건이나 학계의 주요 저서에 사용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고, GFP 스스로 '오락적 목적'으로 순위를 매긴다고 밝히고 있다.

GFP는 △총인구, 군사조직 규모 △항공기, 헬기, 전차, 포, 함정 등 장비의 수 △국방비, 구매력 평가(PPP), 외환 및 금 보유고 등 재정 △공항, 항구, 터미널, 철도,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 △석유 생산량 및 소비량 등 자원 △국토 면적, 해안선 길이 등 지리를 고려해 순위를 정한다. 어느 항목에 얼마나 가중치를 주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공신력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니고 외부로 표출된 데이터만 갖고 순위를 매기다 보니 북한의 군사력 변화나 위협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라며 "비대칭 전력을 빼고 순위를 매긴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신 사무총장은 "물론 재래식 전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우수한 건 사실이지만, 북한도 점점 첨단화하고 있고 핵과 미사일이라는 결정적 수단이 있다"라며 "단순 순위로 우리가 북한을 압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이 순위가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결과 그대로 우리는 충분하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라며 "러시아가 세계 2위 군사력으로 평가받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장기간 고전하는 사례만 봐도 실제 전장에서의 전투력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2025년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공개된 극초음속미사일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특히 문 센터장은 "우리가 5위로 평가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스스로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된다면 동맹의 필요성을 약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라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자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군사력 순위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예시처럼 GFP 순위가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군은 한국전쟁 정전 이후 다른 나라와 직접 전쟁한 적이 없는 만큼, 장비 수준을 제외한 실제 전투력은 알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과 우리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주한미군의 전략자산을 합쳤을 경우에 대등하다고 본다"라며 "물론 북한이 경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전에 들어가면 우리가 유리하지만 주한미군이 없다면 전쟁 양상은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국방비는 북한보다 3~4배 많지만 상당 부분이 인건비와 운영비로 사용된다. 반면 북한은 핵·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전력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채 교수는 "정부의 발언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지만, 우리의 안보 상황을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