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둔군 감축' 드디어 칼 뽑은 트럼프?…한국에도 휘두를까

SNS서 '주독미군 감축' 언급…이란 전쟁 비협조에 대한 '보복' 시사
韓, '모범 동맹국'이라지만 트럼프 변심 변수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의 규모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미국이 동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혹은 외교적 보복 조치 차원에서 '주둔군 감축'이라는 카드를 실제로 사용한다면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30일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이란과의 전쟁을 돕지 않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유럽 동맹국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나온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 독일을 상대로 주둔군 감축을 단행해 '효과'를 거둔다면 다른 동맹들에게도 비슷한 압박이 제기될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관측이다.

'주독미군 감축' 첫 언급…이란 전쟁 비협조에 대한 '보복'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독일에 주둔 중인 미 병력에 대한 감축 가능성을 살펴보는 중"이라며 "조만간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독일엔 3만 5000여 명이, 유럽 전체엔 8만 4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축 규모 및 시점과 관련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방위비 혹은 국방비 분담, 관세 인상, 이란 전쟁에서의 군사적 지원 등 미국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 할 때마다 이를 해외 주둔 미군 규모 조정 가능성과 연계해 '동맹국 길들이기'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구체적으로 특정 나라에 주둔하는 미군을 가리켜 '감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전에 비해 더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SNS를 통해 주독미군 감축 검토를 언급한 것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메르츠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 대해 "(미국이) 전략 없이 전쟁에 들어간 것 같다",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등 비판적 언급을 이어온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SNS 등을 통해 "메르츠 총리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축을 직접 언급하고 '결정'까지 말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이번 발언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 주둔 중인 미군들의 실제 재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기존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 등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에 응한 나라는 없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작전에서 미국에 비협조적이었던 나토 국가에 주둔하는 미군의 재배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 뉴스1 김영운 기자
'모범 동맹국' 한국, 감축 대상 될까…軍 "논의된 바 없어"

이같은 이유로 미군의 유럽 재배치가 현실화하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사실상 거절'했던 한국과 일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국방비 인상 등을 거치며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모범 동맹국'으로 불리고 있고,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미 의회의 국방수권법(NDAA)이 주한미군 감축을 막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보복 대상에 오를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지난 29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새로운 글로벌 국방비 지출 기준에 동참하고 주도적 북한 방위를 약속하면서 모범 동맹임을 입증했다"라며 "이들처럼 역할을 다하는 국가들은 미국의 특별한 호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동과 가까운 유럽과 달리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대북·대중 견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등 결이 다른 역할이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에게 갑작스러운 '주둔군 감축'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 2026 회계연도 NDAA에는 주한미군을 현 규모인 2만 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에 정부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NDAA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부의 정책 결정 시 미 의회가 제동을 걸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유럽의 동맹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미군 감축' 카드를 들이민 형태에 가깝다"라며 "주한미군은 입법부 차원의 제동 장치가 마련돼 있는 점을 고려해 결을 달리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모든 사안을 아우르는 상위 변수인 '트럼프의 변심'은 상황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유럽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미군 감축 관련) 한미 간 협의가 이뤄지는 건 전혀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중동 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 거부와 관련해 어떤 요구나 압박이 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