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의 '킬 웹' 발언 의미는?…美 '전략적 유연성' 확장된다

브런슨 "한·일·필리핀 3각 공조 이뤄야"…'전략적 유연성' 확대 암시
한국, 군수 지원 등 '후방' 담당할 가능성 크지만…분쟁 참여 당연시 우려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분쟁 발생 시 한국·일본·필리핀이 삼각 공조를 이뤄 하나의 네트워크로 위협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킬 웹'(kill web) 구상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선)의 안쪽에 위치한 한국은 직접적인 중국 견제를 담당하는 일본, 필리핀 대비 미 전력 지원, 물자 수송 등 '후방 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삼각 공조'라는 개념에 묶이는 것이 당연시되면 역내 분쟁 발생 시 한국의 참여도 필수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우려도 30일 제기된다.

브런슨 "한·일·필리핀 3각 공조 이뤄야"…'전략적 유연성' 확대 시사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29일 보도된 일본의 영자지 '재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필리핀이 역내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단일 네트워크인 '킬 웹'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킬 웹은 촘촘한 전력 배치를 통해 적을 탐지하고 공격, 최종 제거하는 체계를 의미하는 군사 용어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역내 위기 발생 시 육상, 해상, 공중 등 재래식 전장과 우주, 사이버, 전자기 공간을 아우르는 단일 네트워크에서 3국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뒤집힌 동북아 지도'(East-up Map)를 거론하면서 한·일·필리핀이 이루는 '전략적 삼각형'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킬 웹'은 이를 구체화한 형태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자산 전개 기준 역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서 가상 해안 방어선인 제1도련선에 대한 위기 상황으로 확장할 여지가 커졌다.

이는 해외 주둔 중인 미군을 더 이상 '붙박이 군대'로 두지 않고 전 세계 어디든 투입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적 유연성'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역내 위협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역시 북한의 지상 공세를 넘어선 제3자 개입 및 지역 분쟁 등을 전제해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주일미군 및 일 자위대와의 공조도 구조화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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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군수지원 등 '후방' 맡을 가능성 크지만…언제 분쟁 참여 요구 받을지 몰라

이같은 킬 웹 구상이 공개되면서 향후 주한미군이 삼각 네트워크에서 담당하게 될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1도련선 안쪽에 있는 한국은 미 전력의 유지·보수·정비(MRO)와 의무·물자 제공 등을 도맡는 주요 군수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제1도련선의 남·북단에 있는 필리핀과 일본은 역내 분쟁 발생시 킬 웹 체계에서 중국에 대한 직접적 견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패권 경쟁의 전초기지로, 중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미국의 지대지중거리미사일 발사 시스템 '타이폰'과 유사시 대만과 필리핀 사이 해협 장악에 쓰일 수 있는 지대함미사일 발사 시스템 '네메시스'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올해 2월부터 필리핀에 첨단 개량형 미사일을 배치하고 무기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치하는 일본은 미국과 지휘 통제 권한 연계 범위를 확장하며 킬 웹의 초석을 다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2026 태평양억제구상(PDI)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일본에 주둔 중인 공·해상 전력의 신규 배치 및 시설을 현대화하는 등 전력을 강화할 예정으로, 역내 작전 준비 태세 및 전구급 군수지원 역량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기존에 수행하던 북한 억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군수 지원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22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권역 지속지원 허브'(Regional Sustainment Hub·RSH)라는 개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한국을 미 전력 MRO 및 의무 지원, 물자 수송 거점 등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에 이어 나온 킬 웹 언급을 통해 한·일·필리핀의 공조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역내 분쟁 발생 시 주한미군의 중요성 및 존재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이같은 역할의 확대는 한반도를 동·남중국해와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전제하고 있다. 이는 자칫 한국이 유사시 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신중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중국의 위협 등이 현실화할 경우 이를 인도 태평양 국가들의 공동의 위협으로 다룰 것이고, 주한미군 역시 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미"라며 "한반도에 묶여있지 않는 '주한미군'을 만들겠다는 기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