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군 사관학교 통합 논쟁, 무엇이 본질인가?[특별기고]

정연선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정연선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전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3군 사관학교 통합 논쟁은 애초에 질문 설정부터 적절하지 않다. 통합이냐 독립이냐는 하나의 선택지일 뿐, 그 자체가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논의는 특정 모델이 정답인 것처럼 전제된 채 소모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사례는 이 논쟁이 얼마나 비본질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군별로 사관학교를 분리해 운영하는 반면, 일본·독일은 통합형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효율성이나 교육 수준의 우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각국이 군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가, 그리고 어떤 역사적 경험을 축적해 왔는가의 결과일 뿐이다.

건국 초기부터 민병대 전통을 지닌 미국은 상비군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며 분리 체계를 유지해 왔다. 반면 일본은 2차대전 전후 육·해군 간의 극심한 갈등을 경험한 이후 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독일 역시 역사적 반성 속에서 군을 헌법 질서에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다.

이처럼 제도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통합이나 분리가 더 우월한 제도여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각국의 정치적 논리와 역사적 조건이 그러한 선택을 사실상 강제한 것이다. 이 점을 도외시한 채 제도만을 놓고 우열을 따지는 것은 논의를 피상적 수준에 머물게 만든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이 두 가지 전형적 모델 어디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미국처럼 분리가 군의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되는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군종 간 갈등의 경험이 통합의 직접적 동인이 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통합을 주장한다.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것은 한국군의 구조적 특성, 즉 육군 중심의 군 구조다. 다시 말해, 최근 제기되는 통합 논의는 교육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육군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군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일정한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민군 관계와 권력 구조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다른 나라 사례와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통합이 선인가, 독립이 선인가'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애초에 논쟁의 핵심이 될 수 없다. 보다 중요한 변수는 따로 존재한다. 한국군은 한미동맹이라는 구조 속에서 운용되며, 교리·작전·지휘 체계 전반이 미국과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장교 양성 체계만을 별도의 논리로 설계하겠다는 발상은 구조적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제도는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전체 군사 시스템과의 정합성 속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미국 모델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무엇이 더 바람직한가'가 아니라 '현재의 안보 구조 속에서 무엇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가'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일정 부분 준거로 삼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제약에 가까운 현실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통합이냐 독립이냐를 둘러싼 논쟁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한국군이 어떠한 안보 구조 속에서, 어떠한 민군 관계를 전제로 운용되는가에 있다. 이 기준 없이 제도만을 논하는 한, 논쟁은 계속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과 분리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한미동맹이라는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도 구체적인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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