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기수출 빗장' 풀었다…K-방산과 함정 시장 정면 경쟁?

다카이치 정권, '무기 수출 5유형' 원칙 철폐
100억 달러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 잡으며 방산 시장 진출 본격화

부산 남구 해군작전기지에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입항한 모습. 2023.5.29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김기성 기자 =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 규제를 사실상 전면 완화하면서 세계 방산 시장에서 K-방산과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특히 함정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日, 외교·동맹·금융까지 '구조적 경쟁력' 있다"…호주와 호위함 사업 계약에 눈길

27일 정부와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이른바 '무기 수출 5유형' 원칙을 철폐하고 완성 무기체계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일본은 그간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에 따라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기뢰 제거) 등 5개 비전투 분야에 한해서만 장비 수출을 허용해 왔다. 이는 '전범국'인 일본이 정식 군대를 갖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어져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호위함, 미사일 등 살상 능력을 가진 무기체계까지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규제 완화는 일본 방산의 '실적 단계' 진입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은 최근 호주 해군 차세대 호위함 사업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급 호위함 11척 공급 계약을 따내며 전후 최대 규모의 함정 수출을 성사했다.

이 계약은 총 100억 호주달러(약 9조 원대) 규모로, 단일 사업만으로도 한국의 2024년 연간 방산 수출 수주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대형 수주에 성공한 일본이 규제까지 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1967년 무기수출 3원칙 이후 60여년 만에 제3국 무기 수출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이 방산을 본격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하면서 신냉전 속 새로운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일본 방산이 구조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방산 시장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외교·동맹·금융 지원까지 결합된 시장"이라며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와 강력한 엔화 기반 금융 지원이 가능해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일본의 경제력과 산업 경쟁력, 정부 지원이 결합하면 한국이 상당히 고전할 수 있다"라며 "이미 대형 함정 수주에서 그 가능성이 확인됐다"라고도 짚었다.

2017년 2월 미국 하와이 서부 해안의 미 해군 이지스함에서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한 함대공 요격미사일 'SM-3'가 탄도미사일 요격 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한 장면. 2017.02.07. ⓒ AFP=뉴스1
"日 무기 '실전 검증' 없었다…단기간에 한국 압도는 어려워"

일본의 전략은 중고 무기 수출 확대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중고 장비 제공을 추진 중인데, 이는 이들 국가들의 후속 무기 도입을 유도하기 위한 시장 선점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본 방산이 단기간 내 한국을 압도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일본이 방산 시장에 나오면 한국의 경쟁자가 되는 것은 맞고, 소재·부품·원자재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으니 우리가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세계 시장에 수출하려면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무총장은 "일본 방산은 지상 무기는 방어체계 위주고, 전투기 체계에는 훈련기조차 제대로 없어 우리나라의 수주 역량을 뛰어넘기 어려워 보인다"라며 "해외 시장에서 일본 무기체계가 실전 검증된 것이 없고, 특히 지상 무기 분야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 K9 자주포, 전차, 잠수함 등에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결합한 수출 모델을 구축해온 반면, 일본은 대규모 수출 경험이 제한적이었다. 한국은 가격 경쟁력과 납기 능력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일본 방산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점 자체는 경계해야 할 요소라고 짚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모함을 가졌던 나라고, 현재 6세대급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라는 점에서다.

신 사무총장은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는 일본이 최초로 전투기에 탑재한 나라인 만큼 항공 분야에 강점이 있고, SM3 미사일의 경우 미국과 공동개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라며 "첨단 분야에서 첨단 분야에서 우리보다 일부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