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군, '그린 워터 해군'으로 진화…NLL 무력화·해상교통로 통제 염두

최현함의 IMO 등록, 원거리 항해 포석…근해서 함대 운용 목표
北, 존재감 과시로 본격적으로 NLL 무력화 시도 여부에 주목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2025년 6월 구축한 최현급(5000톤급) 구축함 '강건'호.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북한이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신형 구축함 건조 등으로 박차를 가하는 '해군 현대화'의 목표를 연안이 아닌 근해까지 범위를 확장해 활동하는 '근해 해군'(Green-water navy)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근 국가들의 해상교통로(SLOC) 인근을 통제하거나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해상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27일 제기된다.

'최현'함 IMO 등록, 원거리 항해 염두에 둔 조치로 분석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가 지난 22일 발간한 한반도 정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초 국제연합(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함을 보유 군함 중 처음으로 등록한 건 국제 해역을 통과하는 원거리 항해를 염두에 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12일 최현함에서 진행한 전략 순항미사일 및 함대함 미사일 시험 발사 공개와 맞물려 북한이 연안에서 근해까지 작전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된다.

ISW의 공개 영상 분석에 따르면 최현함은 러시아제 Kh-35 대함미사일 개량형을 통상 미사일 발사에 쓰이는 수직발사체계(VLS)가 아닌 별도의 박스형 발사대를 설치해서 따로 쏘아 올렸는데, 이를 근거로 ISW는 최현함이 향후 수상전이 아닌 원거리 핵 타격 플랫폼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최현함은 북한이 해군력 강화를 위해 건조하고 있는 5000톤급 이상의 대형 구축함이다. 4면 고정형 위상배열 레이더를 장착해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며, 127㎜ 함포 1문, 단거리 대공미사일, 대함미사일, 신형 근접 방어 무기체계 등을 장착하고 있다. 지금은 2번함인 '강건'함까지 진수된 상태로, 북한은 3·4번 구축함 건조도 준비 중이다.

ISW는 북한이 최현함을 비롯한 구축함(DDG), 호위함(FFG) 등 해상 전력 보강에 주력하면서 인접 해역에서의 원거리 핵타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총비서는 2030년까지 매년 2척의 구축함을 건조해 총 12척의 구축함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청진조선소의 해군 시설 확장 등을 미뤄 볼 때 북한이 호위함 건조도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북한 해군이 지금까진 연안(Yellow water) 방어를 목표로 소형 전투함과 초계함, 잠수함 등을 주로 운용하며 해안 방어에 주력했다면, 이젠 인근 국가들의 해양 안보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해까지 영향력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록 북한이 최현호 진수를 통해 '원양작전함대'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최종 목표가 '대양(Blue-water) 해군'일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기술력 등 현실적 한계로 인해 근해 주변으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며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5000톤급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과 함대함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北, '현시' 통해 본격적으로 NLL 무력화할 듯…해상교통로서 존재감 확보도

ISW는 북한의 이같은 시도엔 NLL 무력화 및 해상교통로에 대한 통제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봤다. 북한은 NLL을 가리켜 유엔군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가상의 선이라 국제법상 위반이 된다고 주장하며, 해상 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00년 3월 '서해 5개섬 통항질서'에서 남측 선박의 서북도서 운항 제한을 선포하기도 했으며, 2004년 4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NLL보다 남쪽에 그어진 서해 경비계선을 해상 경계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024년 2월 러시아제 대함미사일을 역설계한 북한판 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사격 시험에서도 NLL 인근 한국 해군 함대의 침범 등을 무기 개발 이유로 들며 NLL 무력화를 주장한 바 있다.

ISW는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함대가 마련되면 김 총비서가 서해 NLL에서보다 공세적인 주도권 다툼을 벌일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북한은 한국 측 해역에서 지속적인 '현시'(존재감을 나타내 보임)를 유지해 NLL 의지위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ISW는 북한이 해상 작전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해상교통로를 교란하거나 오히려 러시아 및 북한과의 교역 확보 등을 추구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추정했다.

북한 해군이 더 이상 단일 함선이 아닌 함대 단위로 움직이며 NLL 주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원거리 핵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게 된다면 한국과 미국 입장에서도 해상으로도 감시 정찰 및 대응 역량을 분산해야 해 대응이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미 위성업체 '반토르'의 남포조선소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달 12~28일 촬영한 이 사진들엔 최현급 3번함으로 추정되는 물체 주변에 대형 크레인 및 해상 기중기 등의 활동이 포착되기도 했다.

ISW는 "북한의 3번째 5000톤급 구축함도 현재 건조 마무리 단계"라며 "확장된 함대는 제한적 대함 능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해상 미사일에 대응해 국방 자원을 분산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