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 대졸 아니면 읽기 어렵다…공공문서 역할 하도록 쉽게 써야"
정치·경제면 기사보다 문장 길어…대졸자 이상 독해 수준 요구
각주 등 보조자료 통한 정책 해설은 상대적으로 부족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정부의 국방 안보 정책을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국방백서'가 대학 졸업자 이상의 고난도 독해 수준을 요구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백서가 정책과 국민의 소통 매개체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순화된 용어와 설명형 서술 방식, 해설형 보조자료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방정배 한국열린사이버대 객원교수(정치학 박사)와 박균열 경상국립대 교수(교육학 박사)는 '국방부 국방백서의 내용 체계에 대한 비판적 분석'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계간지 국방정책연구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백서(white paper)는 대내적으로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대외적으로는 군사적 투명성 제고를 통해 불필요한 의혹 및 갈등을 예방하는 신뢰 구축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백서의 역할은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국방 정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방 정책의 경우 방위비 분담, 병역 의무 등 막대한 재정 지출 및 시민의 책무와 연계되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공공언어적 서술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언어적 차원(이독성 평가) △표현적 차원(문장 적정성 평가) △정보적 차원(보조자료 활용 평가) △구조적 차원(정책과제 구성과 서술체계 적절성 평가)로 구분돼 진행됐다.
분석 대상은 최근 발간 본인 2022년 국방백서로, 정책 과제 연계성 평가 항목에선 2018년과 2020년 발간 본이 보조적으로 활용됐다. 국방부는 1967년부터 2000년까진 매년, 2004년부턴 2년 주기로 백서를 발간한다. 2024년은 국방백서 발간이 예정된 해였지만, 12·3 비상계엄의 여파로 무산됐다.
연구진이 '데일-챌'(Dale-Chall) 이독성 공식 등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2022 국방백서의 평균 이독성 지수는 10.65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교 졸업자 이상의 독해 수준(10.0 이상)을 전제로 하는 고난도 문서에 해당한다.
이독성은 텍스트를 읽고 얼마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0.65라는 수치는 국방백서가 국민의 이해보다는 정책 성과 중심의 전문가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영어 약어를 비롯한 외국어 표현을 그대로 차용한 군사 전문용어의 잦은 사용과 긴 문장 길이 등을 문서 난도를 높인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방 박사 등은 "초계활동, 전력투사 등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록되지 않아 자세한 설명 없인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량파괴 무기(WMD) 등 영어 약어를 비롯한 영문 포함 어휘도 718건이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백서의 장별 문장엔 평균 79.47개의 글자, 어절 21.12개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는 중학교 교과서 문장(40.09개) 및 한국 신문 기사의 정치면(70.02개), 사회면(61.51개), 경제면(58.11개)의 평균 글자 수보다 높은 수치이며, 한국어능력시험 고급 시험의 평균 어절 수(14.985개)보다 월등히 높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 대비 사진, 도표 등 보조자료의 양적 활용은 높지만 이를 풀어 설명해 주는 해설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국방백서의 보조자료 활용은 한 쪽당 2.32개 수준으로, 포괄형 국방백서를 발간하는 대만(0.7개), 호주(0.28개)보다 많다. 하지만 각주나 정책 맥락 해설 등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일본 방위백서의 '해설·시점'이나 '키워드' 등의 서술 장치를 참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주술 불일치, 과도한 사동 표현으로 인한 오류, 주요 사건에 대한 명칭('연평도 포격전', '6·25전쟁' 등) 혼용, 정책 해설이 아닌 개별 과제의 성과 나열 등이 내용 이해를 어렵게 하는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전문용어 및 장문 사용을 최소화하고 각주 등 보조자료를 확대하는 등 문서 작성 방식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방 박사 등은 "국민들이 국방백서의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없다면 발간 목적인 합리적 의사소통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설명형 국방백서를 발간하되, 세부 정책 성과나 통계 등은 별도 정책 보고서 및 요약본, 분야별 참고 자료로 분리해 단계별 정보 접근이 가능하도록 구성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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