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추락한 전투기 한미가 함께 찾는다…8월 강원도서 수중조사
강릉·양양 일대 한국전쟁 추락 전투기 공동조사 동행 취재
"공동조사·발굴, 동맹 가치 실현 임무…양국 끈끈히 묶어줘"
- 김기성 기자
(강릉=뉴스1) 김기성 기자 = 미국 백악관 지붕에는 성조기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검은 깃발이 걸려 있다.
이 깃발은 'POW/MIA Flag'(Prisoners Of War/Missing In Action Flag)로, 전장에서 포로로 잡혔거나 실종된 미군들을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검은 바탕에 감시탑 아래 사람 실루엣이 그려진 이 깃발에는 '당신은 잊히지 않았다'(You are not forgotten)는 문구가 적혀 있다.
미국은 별도 법까지 만들어 백악관 등 국가 주요시설에 POW/MIA 깃발 게양을 의무화할 정도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 예우에 각별하다.
POW/MIA 깃발을 부대 마크로 채택하고 전 세계 47개국에서 미군 실종자·전사자를 찾는 미 국방부 산하 기관도 있다. 미국 하와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DPAA)이 그곳이다.
뉴스1은 지난 9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 추락한 미군 수송기와 전투기를 찾기 위해 현장조사 중인 DPAA 팀을 강원 강릉시 일대에서 만났다.
이번 DPAA 현장조사팀엔 △팀장을 맡은 미 육군 상사 1명 △부팀장 겸 폭발물처리(EOD) 담당 미 해군 중사 1명 △역사학자 2명 △DPAA 감식소 소속 법의학 및 수중고고학자 1명 △잠수계획관 겸 선임잠수사인 미 육군 상사 1명 등 현역 군인과 민간인 총 10여 명이 참여한다. 주한미군 소속 병력도 지원업무를 맡는다.
지난 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한미합동 현장조사 대상 사건은 총 3건이다.
1952년 2월 21일 미 해군 제5항공모함 비행전대 소속 F4U-4B 콜세어 전투기 1대는 북한 원산 인근에서 임무수행 중 대공포 공격에 파손된 A-4 스카이레이더 공격기의 속초기지(K-50) 이동 호위 임무를 수행했다.
콜세어 전투기는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갑작스러운 폭설에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채 방향감각을 잃고 양양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1명이 실종됐지만, 콜세어의 호위를 받은 A-4 스카이레이더는 속초기지에 안전히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제5공군 소속 C-46D 코만도 수송기 1대는 강릉기지(K18)에서 포항기지(K-3)로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 1952년 10월 16일 오전 1시쯤 이륙했으나 40여분 만에 동해상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수송기 조종사를 비롯한 10여 명이 실종됐다. 기록에 따르면 기체 이상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1952년 11월 15일엔 마찬가지로 강릉기지에서 포항기지를 향하던 코만도 수송기가 이륙 직후 엔진 결함으로 인해 강릉 인근 해변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1명을 비롯한 다수의 미군과 국군 장병 1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한 민간 보훈단체는 지난해 강릉 앞바다에서 수중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심 약 10m 지점에서 C-46D 엔진 부품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 기관은 오는 8월 강릉 해안 일대의 수중조사를 앞두고 있다.
DPAA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보존 자료, 기밀해제 미군 전투상보, 전사자·실종자 명부, 최신 학계 연구를 토대로 추락 당시 피해 규모를 산출하는 한편 잠정 추락지점을 특정해 이번 현장조사에 나섰다.
티모시 켈리허 DPAA 사건분석관(역사학자)은 "미국 정부의 아카이브 자료, DPAA가 보유한 전투기록 및 선행 연구자료들을 바탕으로 역사학 및 고고학적으로 조사 대상 사건을 연구하고 조사 대상 지역을 선정한다"면서 "한국 정부와 국유단의 도움을 받아 지역 탐문, 수중조사를 통해 확보한 정보들을 분석해 조사를 넘어 발굴까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본격적인 발굴이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국유단 관계자는 "미국, 호주와 연 1회 실무협조회의를 진행해 합동 조사·발굴 계획을 공유·결정한다"면서 "국유단은 합동작전에서 우리 정부와 지자체, 지역 해양경찰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내는 한편, 주민 탐문으로 확보한 유엔군 전사자 증언을 공유·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측은 29일까지 강릉 주민들의 증언 청취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당시 추락 상황을 직접 목격한 주민의 직접 진술과 지역의 구전 증언을 확보하는 한편, 동해안 어로활동 중 어군탐지기에 포착된 해저 특이 사항까지 폭넓게 모아 오는 8월 진행하는 수중조사 구역을 특정할 계획이다.
수중조사는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 등 해저지형 탐사 장비를 투입하고 전문 잠수사들이 직접 입수해 해저면 잔해를 식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데이비드 크레이그 잠수계획관 겸 선임잠수사(미 육군 상사)는 "물속은 들어갈 때마다 상황이 달라 어떤 때는 내 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아 동작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수중조사 이후 발굴까지 가기 위해서 정교하게 현장을 특정하려고 하고, 그에 맞춰 잠수 인력의 규모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PAA는 수중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불발탄 폭발 상황을 대비해 EOD 인력도 팀에 배치하고 있다. EOD 겸 부팀장을 맡은 알렉산더 그린스팬 미 해군 중사는 "DPAA가 가는 곳은 과거 전쟁지역이기 때문에 언제나 불발탄의 폭발 위험이 뒤따른다"면서 "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EOD가 모든 팀에 파견된다"라고 설명했다.
DPAA 팀원들은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합동으로 조사·발굴 작전을 진행하는 것을 "동맹의 발현이자 가치의 공유"라고 입을 모았다.
티모시 분석관은 "한미 양국은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실종됐을 때 그들을 찾아내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추모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겠다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가치가 한미 양국을 끈끈하게 묶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라이언 포프 DPAA 지원 역사학자 역시 "공동 조사·발굴은 한미 양국 모두 국익과 동맹을 지키기 위해 전사한 이들을 기억하겠다는 약속과 가치를 실현하는 임무로, 특히 한미동맹의 가치를 잘 실현하는 활동"이라며 "국유단, 지역 주민의 협조와 도움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DPAA가 하는 업무의 상징적인 의미가 발현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 기관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지난 2023년부터 이듬해까지 부산 해운대 연안에서 약 32㎢ 면적에 대해 두 차례 수중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2024년 수중조사에 참여한 리처드 윌스 DPAA 법의학·수중고고학자는 "넓은 면적을 조사했으나 긍정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고, 원하는 만큼 탐색하지 못해 우린 아직 더 조사할 지역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앞선 조사에서 확보한 내용을 여전히 분석하고 있고, 해운대 일대 조사는 종료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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