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탄으로 SRBM 위력 키운 북한…'대남 초토화' 전략 노골화

'화성-11가'에 '산포전투부' 적용…사진 공개는 없어 온전한 평가 어려워
"중동사태 본 北, '비대칭 전력' 능력 과시하는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집속탄(분산탄) 형태의 탄두를 적용해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사시 한반도 전역을 겨냥한 '집중 타격·초토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총국 산하 연구소들은 지난 6~8일 '중요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하며 SRBM(북한식 표현은 전술탄도미사일) '화성-11가'에 '산포전투부'를 장착해 성능을 검증했다.

북한은 해당 탄두로 약 6.5~7ha, 약 70000㎡(2만 1000평) 지역을 고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축구장 10개 정도를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통신이 언급한 '산포전투부'는 하나의 탄두 안에 다수의 자탄(子彈·새끼탄)을 넣은 것으로, 폭발 때 자탄이 사방으로 퍼지며 넓은 지역을 타격할 수 있게 만든 무기체계다. 기존 고폭탄보다 광범위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시험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SRBM인 화성-11가(한미의 분류는 KN-23) 계열 미사일에 새로운 탄두를 적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집속탄 계열 탄두를 공개한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당시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산포탄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세부 성능 등 제원 평가에는 한계가 있지만, 집속탄 도입 자체로 미사일 운용 개념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간 화성 계열의 미사일과 사실상의 탄도미사일로 개량된 초대형방사포 등 다종·다수의 SRBM을 통해 한국을 집중 타격하고, 미국에는 전략핵 전력을 통한 억제를 병행하는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일반적인 미사일이 특정한 하나의 표적을 타격하는 용도라면 집속탄은 광범위하고 무차별적 타깃을 상정해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북한이 유사시 남한 전역의 군사·산업 기반을 초반에 일시에 무력화하려는 '초토화' 개념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정확한 제원은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추적하고 미일과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발표한 집속탄의 실전화 등 성능에 대해서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며 구체적 평가는 유보했다. 북한 발표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집속탄은 불특정 민간인의 피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되지만,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안보 환경을 이유로 이를 공식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우리 군도 지난해 5월 확산탄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며 운용 능력을 확인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집속탄 외에도 저원가 재료를 도입한 발동기(엔진) 최대작업 부하 시험을 위한 사격, 전자기무기체계 시험, 탄소섬유모의탄 살포 시험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들 중 탄소섬유탄은 상대방의 전력망을 파괴하는 비살상 무기체계로 일명 '정전폭탄'으로 불린다. 공중에서 탄두가 폭발하면 니켈·탄소섬유가 방출돼 송전선이나 변압기에 붙어 전력계통을 손상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북한이 이날 언급한 다양한 무기체계에 대해 "북한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 드러난 비대칭전의 능력과 효과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의 가드르 탄도미사일이 집속탄으로 방공망을 돌파한 사례가 있다"라며 "북한도 유사시 전력망을 마비시킬 수 있는 탄소섬유탄과 함께 다양한 무기체계를 결합하려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원가 재료를 적용한 엔진 시험은 미사일을 대량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라고 덧붙였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