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공연만 2000회, 기부는 100억…'위문천사'의 30년
이윤복 국군위문예술단장 "군은 가족 같은 존재"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한때는 직업군인이 되고 싶었는데, 그 꿈은 이루지 못했어요. 대신 평생 군을 돕는 사람이 됐죠.
지난 2일 서울 용산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윤복 사단법인 국군위문예술단 대표단장의 휴대전화는 쉬지 않고 울렸다. 군부대에서 "한 번 와달라", "지원이 필요하다"라는 요청이 연이어 들어왔다. 이 단장은 "요즘은 거의 매일 이런 연락이 오고, 매주 군을 찾는 일정이 있다"라며 웃었다.
1989년 삼겹살을 들고 친구를 면회하기 위해 군부대를 찾은 이 단장의 위문 활동은 30년 넘게 이어졌고 횟수는 2000회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군을 위해 쓴 돈은 100억원이 넘는다. 최근 2년만 해도 매년 10억원 이상을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이 단장은 한때 직업군인이 될 생각도 가졌다. 그러나 군 입대 이후 일반부대가 아닌 교도소에 배치돼 근무를 마쳤고, 군인의 꿈은 멀어져 갔다. 하지만 전역 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은 군부대 일정이 그를 바꿨다. 가족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번 돈을 군에 기부하기 시작했고, 그의 인생에서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졌다. 이 단장은 "군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계속 함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의 활동은 2015년 본격화됐다.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체계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는 공연과 강연은 물론 북카페를 만들어주고, 장병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짜장면 데이'도 운영한다. 장병들의 생활과 분위기 자체를 바꾸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단장은 지난해 12월엔 안규백 국방부 장관 명의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사단법인 설립 후 이 단장의 위문은 병역식당을 무대로 한 '클럽형 공연'이 중심이었다. 장병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이 단장은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래서 그는 '책'을 선택했다. 책을 미리 전달해준 뒤 그 책과 관련한 토크콘서트를 하고, 음악 공연도 이어지는 방식이다. 부대 내 북카페를 조성하는 일도 이 단장의 사업 중 하나다.
이 단장의 활동은 '군 공연 생태계'에도 영향을 줬다. 브레이브걸스, 요요미, 김수찬, 별사랑 등은 인지도가 비교적 낮았던 때 그가 준비한 무대에 올라 장병들을 만났고, 지금은 트로트계 슈퍼스타인 임영웅, 영탁, 장민호 등도 그와 함께 활동했다. 이 단장은 "장병들은 아무래도 걸그룹을 가장 좋아하는데, 신인 그룹이 군 공연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사례로 국군교도소 봉사를 꼽았다. 2018년 위문공연 당시 어둡고 폐쇄적인 환경을 보고 국화꽃을 대량으로 가져다 시설에 배치했다. 이후 교도소 내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연락이 왔고, 다음 해에도 꽃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 이 단장은 "작은 변화지만 환경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한국판' 미군위문협회(USO, 미군과 그 가족들을 위한 편의시설 운용, 국군공연단 순회 등을 하는 조직)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한다. 휴식 공간과 공연·상담·편의시설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군부대를 배경으로 한 TV 프로그램 제작도 그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이 단장은 "할 수 있는 한 계속 이 일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만 주시면 갈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단장과의 일문일답.
-요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오늘도 군부대에 갑니다. 거기 가서 공연도 해야 하고, 강연과 관련한 작가 미팅도 해야 하고, 부대 일정도 협의해야 합니다. 요즘은 북카페 지원과 짜장면 데이(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를 계속 하고 있고, 공연이랑 강연까지 묶어서 하다 보니 일주일 중 거의 매일 군부대 일정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군부대 봉사활동이 사실상 직업이라고 봐야 하나.
▶그렇죠. 직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정은 거의 다 군부대입니다. 다만 이건 비영리라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작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생활을 하고, 이 활동은 순수하게 봉사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대에서 요청이 많이 오기 때문에 그냥 갈 수는 없고, 상황을 보고 업무협약도 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얼마나 많이 한 것인가.
▶작년 기준으로 보면 공연, 강연, 짜장면 지원 등을 합쳐 한 120~130회 정도 됩니다. GOP나 격오지 부대를 중심으로 1년에 60~70회 이상 기본으로 돌았고요. 북카페는 작년에만 80여 개 부대를 지원했고, 강연도 120회 이상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약 2000회 가까이 활동한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군부대 봉사활동을 시작했나.
▶1989년입니다. 저는 입대 후 교도소에서 근무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직업군인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역 후 군 생활 중인 대학 동기에게 삼겹살을 들고 처음 위문 간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가족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나온 수익으로 계속 군에 기부를 했고, 그게 이어져서 2015년에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주로 기부 활동을 했다고 들었다. 위문예술 활동의 비중을 높인 계기가 있는가.
▶공연은 2010년부터 준비해서 2013~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병영식당을 무대로 만들어 ‘클럽데이’ 형태로 공연을 했습니다. 장병들이 서서 뛰고 노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느껴서, 책을 결합했습니다. 책을 읽게 하고, 퀴즈를 하고, 공연까지 이어지는 ‘북 콘서트’ 형태로 바꿨습니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웠던 시기에는 어떻게 활동했나.
▶비대면 공연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공연을 하고, 군부대에는 휴대폰으로 URL을 보내서 실시간으로 보게 했습니다. 채팅도 하고 전화도 연결하고, 라이브 커머스처럼 소통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1년에 100회 이상 공연을 했습니다.
-기부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24년은 약 13억7000만원, 2025년은 11~12억원 정도 됩니다. 전체로 보면 100억원 이상은 기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군이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친형도 군인이었고, 친척들도 현역 군인이 많고, 지금도 조카가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을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재원 마련입니다. 이건 후원이 없으면 못 하는 구조라서 기업이나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지원을 요청하는 게 가장 힘듭니다. 그리고 가끔은 “저 사람은 쉽게 돈 만들어서 쓰겠지”라는 오해도 있는데, 실제로는 준비 과정이 굉장히 힘듭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면 소개 부탁한다.
▶국군교도소 지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군 복무를 교도소에서 해서 그쪽 사정은 잘 아는 편입니다. 2018년에 위문공연을 갔는데, 시설이 어둡고 폐쇄적이라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화꽃을 대량으로 가져가 전체를 밝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추가 요청이 들어와 같은 작업을 몇 차례 더 했습니다. 작은 변화지만 환경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위문공연을 많이 하다보면 연예인들과도 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많이 했습니다. 브레이브걸스, 조정민, 요요미, 마이진, 별사랑, 김수찬, 윤태화, 강문경 같은 친구들이 신인 시절 같이 했습니다. 임영웅, 영탁, 장민호도 무명 때 저희가 방송 제작을 한 멤버입니다. 그리고 군악대와 함께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가수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당대의 유명 연예인이 입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BTS 진, RM도 군 관련 공연에서 함께 했고, 민경훈, 빅뱅 대성과도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부대에서 “사고가 줄었다”,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입니다. 그럴 때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구나 느끼고 계속하게 됩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한국형 USO(미군위문협회, 미군과 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위문공연 등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군 장병들이 편하게 와서 쉴 수 있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최전방부터 전국 육·해·공군 및 해병대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요즘 군대의 모습을 기록하고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방송사, 후원사와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고, 나는 부대섭외 등의 역할을 맡을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언제든지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군은 계속 사람이 바뀌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끊기지 않도록 인수인계가 중요합니다. 저와 하는 활동도 인수인계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할 수 있는 한 계속 이 일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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