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안 했네" 동맹에 뒤끝 심한 트럼프…중동사태 끝나면 '보복' 우려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안 한 한국·일본 콕 집어 또 '잔소리'
301조 조사·핵잠 사업 등으로 보복 우려…"어떤 형태로든 책임 물을 듯"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 문제를 두고 동맹국을 향해 또 '잔소리'를 가했다. 긴 '뒤끝'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2일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며 "유럽이, 한국이 하게(문제를 풀게) 하자"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는 험지이자 핵무장을 한 북한 바로 옆에 4만 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는데도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주한미군의 실제 규모는 약 2만 8500명 수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과 일본, 한국의 주둔미군을 이야기할 때 수시로 '4만 5000명'이라는 수치를 언급하곤 한다.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이 4만 5000여 명, 주일미군이 5만 명임을 감안하면 그가 '많은 숫자'를 언급하고 싶을 때 습관처럼 내뱉는 숫자라는 평가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군의 기여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크게 부각하며 이를 압박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는 미군이 북한을 억제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한국이 '미국의 위기' 때 이를 돕지 않았다는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이란을 공습한 후, 이란이 원유 공급의 핵심 거점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대응책을 꺼내자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의 군함 파견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향후 한·이란 및 한·중동 관계 등 군함 파견이 가져올 복합적인 여파를 고려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외에 행정부 간 문서 등이 없었음을 들어 "공식 요청은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후 12·3 비상계엄으로 발생한 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외교'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과 무궁화대훈장을 함께 선물한 것을 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왕'처럼 대우하는 것이 크게 만족해 이를 SNS를 통해 홍보하는 등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식 거래적 관점에 따른 동맹에 대한 압박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미국은 지난 2월엔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 관련 입법(대미투자특별법) 지연을 문제 삼으며 관세를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1월에 이미 개시했어야 할 핵추진잠수함 도입·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조정을 위한 양국 간 실무협상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한일과 유럽 등 동맹들에 대해 '감정'이 상했음이 재차 확인됐다며, 중동사태가 진정된 이후 '보복 조치'가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무효화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정책을 대체하기 위해 현재 무역법 제301조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끝난 뒤 다시 '관세 폭탄'을 부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의 '성과'인 핵잠 도입 및 원자력 협력에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도 있다. 한미 간 협의가 이달 중에도 열리지 않는다면 미국 측의 '보복 조치'가 가시화하는 수순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지 한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에 책임과 비용을 물을 것"이라며 "특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선 지금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들의 전쟁 비용을 내라고 하진 않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실망했다'며 관세를 크게 올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핵잠 또는 한미 원자력 협정에 대해서도 비용을 더 내라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라며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동맹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뭐든지 더 받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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