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외 미군 배치 계획 담긴 전략문서 비공개…'전략적 유연성' 박차?

GPR 비공개 방침…국제 정세 변화 시 자유로운 전력 이동 염두에 둔 듯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2026.3.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미국이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의 배치 구상 보고서를 비공개하기로 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이유로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혔는데, 일각에선 미국의 해외에 배치된 주요 전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핵심으로 하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조치라는 해석을 제기한다.

동맹국 '안보 가이드라인' GPR, 주한미군 주둔 규모·전력 상시 배치 여부 등에 영향

27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전쟁부)는 최근 전 세계에 주둔 중인 미군 현황을 담은 '해외 주둔 미군 배치'(Global Posture Review·GPR)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관련 예산을 승인하는 미 의회에도 제한적인 정보만 공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작전 보안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부 배치 계획을 기밀로 유지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핵심 내용의 공개가 중국이나 러시아 등 경쟁국들에 대외 전략을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GPR의 비공개는 이례적인 조치로, 미 의회는 해당 보고서의 공개를 강제하기 위한 입법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R은 해외 주둔하는 미국의 자산 및 인력 배치와 국방부의 대외 정책 기조가 담긴 보고서로, 행정부의 교체 때나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및 방위 공약 등에 큰 변화가 있는 경우에만 비정기적으로 발간돼 왔다. 미 의회는 미군의 해외 주둔 예산을 편성 및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정책을 결정할 때 GPR을 참고한다.

특히 미군이 직접 한반도에 주둔 중인 한국의 입장에서 GPR의 변화는 안보 전략 수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지난 2004년 냉전 체제 종식 및 9·11 테러 대응 전략을 새롭게 짜면서 발표한 GPR에 해외 주둔 중인 미군을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재배치하는 '신속 기동군' 개념이 처음으로 제기되면서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이 그 사례다.

실제 3만 7500명 수준이었던 주한미군은 2004년 GPR 발표 이후 한미 협의를 통해 기지 통합 및 해외 작전 파견 등을 거치며 현 규모인 2만 8500명으로 감축됐다.

2021년엔 조 바이든 정부가 집권 후 트럼프 1기의 '고립주의' 노선 탈피 및 동맹 중심의 중국 견제 기조를 강화하기 위해 GPR을 새로 수립해 핵심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여기엔 인도·태평양에서의 전투 준비 태세 향상을 위한 전력 재배치 등 내용이 들어갔으며, 주한미군과 관련해선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및 포병사단 본부의 상시 배치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GPR엔 전 세계 주둔 미군의 병력 배치엔 큰 변화가 없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마라 칼린 미 국방부 정책 담당 부차관은 "주한미군의 배치는 확고하고 효과적"이라며 "이 시점에 발표할 변경 사항은 없다"라는 방향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방공 무기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다. ⓒ 뉴스1 김영운 기자
중동 전쟁 등 국제 정세 변화 시 자유로운 전력 이동 염두에 둔 듯

미국은 표면상 작전 보안 및 적대국에 대한 전략 노출 우려를 GPR 비공개의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동맹을 상대로 국방비 인상을 요구하며 주둔군을 상황에 맞게 재배치한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실제 이행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미군의 전력 배치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미국은 2025년 10월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패트리엇 포대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중동에 '파견'했다 복귀시킨 바 있는데, 이는 한미 간 실무 차원의 전략적 유연성이 작동한 사례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동사태로 인해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와 사드 포대 일부가 중동으로 반출된 것으로도 파악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전략적 유연성의 연장선상으로 본다"라며 "동맹국이 역내 재래식 억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GPR 비공개를 통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까지 겹치니 미국에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숙고해 탄력적으로 군을 운영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라면서도 "(GPR 비공개가) 큰 틀에서 우선 전략 순위 등을 변경하는 건 아니고, 전력 상황 등은 한미 고위급 소통 등을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요인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