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 vs 증파' 혼선…한국, '美 보폭·이란 소통' 이중고

전문가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며 미·이란과 각각 물밑 소통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추진' 사실을 밝히면서도 동시에 '병력 증파'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외교적 보폭을 맞추면서도 물밑으로는 이란과도 소통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는 분석이 25일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대이란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약 1000명 규모의 육군 제82공수사단 병력을 며칠 내로 중동에 배치할 계획이다. 82공수사단은 낙하산 강습 침투에 특화된 보병 특수부대로, 페르시아만 내해의 이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점령 작전 등에 투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밖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오키나와에 있던 제31해병원정대 2200여명과 캘리포니아에 주둔하던 제11해병원정대 2200여명을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미 중동 일대에 미군 5만명 정도를 주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이 이란과의 본격적인 종전 협상 분위기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보도라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에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가, 23일에는 갑자기 "전쟁 해결을 위해 이란과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면서 "앞서 예고한 이란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은 공식 협상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대응했다'는 입장도 전하며, 간접적인 소통이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상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은 이번 주 종전 문제를 논의하는 첫 대면 협상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특히 이스라엘 언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 달간 휴전하고 15개 요구사항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에서 이란이 '핵 권리 전면 포기·미사일 전력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 지상군 병력 증강 행보도 함께 보이며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느냐 또는 파행을 맞느냐에 따라 미국의 지상 병력 동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25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조 장관은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확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현지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문제 등 주요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뉴스1 안은나 기자
美 보폭 맞추고 이란도 소통…길어지는 '전략적 모호성' 고충

이러한 확전기로 속에서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하는 한편, 이란과도 고위급 소통을 지속하는 등 '외교적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캐나다 등이 참여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공동성명에 동참하며 서방국들과의 공조에 발을 맞췄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과 관련해선 "공식 요청은 아직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소통은 긴밀히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되, 한미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별개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한국 선박과 선원의 안전 확보를 요청했다. 당시 통화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양국 외교수장 간 처음 이뤄진 것이다.

조 장관은 오는 26일(현지시간)에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확대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만남에서 두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한국군 파병 문제나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류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계속 바뀌며 외교적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조 장관이 루비오 장관으로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정세 판단 및 구상을 전달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스라엘의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고 전황이 시시각각 바뀌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로서는 지금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물밑으로 미국이나 이란과의 소통을 지속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