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라리자니를 죽였나…또 확인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상이몽'

이스라엘, '이란 내 협상파' 라리자니 공격해 살해
美와 협상 우려해 살해 가능성…전문가 "양국 목표 다를 수 있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표적 살해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계속되는 전쟁 속 발생한 이란 지도부 인사의 사망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이번 전쟁에 임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한,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는 분석도 18일 제기된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우리 군의 공습으로 라리자니가 제거됐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라리자니가 아들, 참모, 경호원과 함께 사망했다"라고 그의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특이한 것은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의 발표나 '사실 확인'은 없었다는 점이다.

국내의 중동 전문가들은 라리자니를 기본적으로 협상을 통한 외교에 성과를 내며 입지를 다진 인사로 보고 있다. 이란 지도부 내 온건파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비롯한 강경파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데 앞장선 실용주의자적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지난 2015년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JCPOA) 당시 국회의장으로 합의안 통과를 주도하는 등 서방과의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내 주요 핵시설 3곳을 파괴하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펼쳤을 때, 당시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에 대한 '결사항전'을 주장하자 하메네이를 설득해 미국과의 협상을 끌어낸 것도 라리자니다.

라리자니는 작년 6월 이란과 이스라엘의 이른바 '12일 전쟁' 이후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며 하메네이의 지속적인 신뢰를 받았다. 하메네이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결에서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선보이지 않은 배경에 라리자니가 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라리자니는 지난달 28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직후 보즈타바 하메네이가 후계자로 선출될 때까지 사실상 최고지도자의 역할을 해왔다.

일각에선 그가 협상파를 이끌고 혁명수비대가 구심점인 강경파와 후계자 확정과 향후 정책 방향 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고 보기도 한다. 혁명수비대가 내세운 모즈타바로의 권력 승계를 두고 라리자니가 '혁명수비대가 국정 전반을 장악하면 군부 독재 체제가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역시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로, 지난 7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란의 걸프국 공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도록 조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혁명수비대 싹쓸이' 집중하는 이스라엘, '출구' 찾는 미국과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뉴스1

이처럼 이란 지도부 내에서 협상파에 속하는 라리자니의 제거가 이스라엘의 주도로 이뤄진 것에 대해, 국내의 중동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에 미국과의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양측이 물밑 협의를 거친 것이라면, 이는 곧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도 이번 전쟁을 '이란 지도부 싹쓸이'에 초점을 맞춰 장기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을 통해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강경파를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라리자니 제거 사실을 알리며 "이란 체제를 불안정화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란 국민에게 현 정권을 축출한 기회를 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하면서 이란의 '완전한 정권 교체'가 궁극적인 목표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지상군 투입 등 전쟁의 장기화와 연관된 조치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반면, 이번 작전이 미국과의 사전 협의 없는 이스라엘의 단독 작전이었다면 이스라엘이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상파의 수장을 제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과 미국이 '물밑 협상'을 전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미 중동사태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설득'에 의해 이란을 공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고, 미국은 이란 강경파의 완전한 물리적 제거보다 이란의 원유 장악력과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입장 다르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이 '요인 제거'보다,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원유 수출기지인 하그르섬을 폭격하는 등 이스라엘과 다른 공격 방식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란의 주요 지도부 인사를 살해하는 계획이라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전에 상황 공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같은 작전을 두고도 양측 간 생각은 좀 다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계기로 이란 정권을 완전히 바닥까지 몰살하는 게 목적인 반면, 미국은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다만 "미국이 이란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 라리자니 피습에 동조했을 수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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