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과제 안고 美 가는 다카이치…20일이 '파병' 분기점
'美 공식 요청' 여부에 '전략적 모호성' 택한 정부
"日, 자위대 파견 검토 착수" 보도에 주목…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와 관련해 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분기점은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되는 미일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18일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이어 다음 날에는 참여 요청 국가를 7개국으로 확대했지만, 이 중 어느 국가와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엔 "우리는 40여년간 여러분을 보호해 왔다"라며 주한미군의 주둔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이유가 된다는 논리를 폈다.
일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의 요구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활동이 상선을 보호하는 임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의 '참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미국을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주목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일본의 결정이 우리에게도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단 미국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이번 사안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SNS 메시지를 공식 요청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 아직까지 미 측으로부터 어떠한 요청을 받은 바 없다"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공식 요청'의 기준에 대해 "문서를 수발하든가, 수발 전이라도 양국 장관끼리 협의하든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겠나. 그런 절차와 요청이 없었다는 말을 드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에서 미국 측의 여러 발언이 "(파병)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도 밝혔는데, 이는 미국의 입장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파병'을 논의하기 어려운 입장을 대변하는 말로 해석됐다. 다만 전반적으로 미국과 '본격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은 아닌 것 역시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행정부도 약간의 온도 차이가 감지된다. 미국 국무부나 국방부(전쟁부)는 아직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에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한 논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현 장관은 지난 16일 밤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요청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호르무즈 해협 관련 '협력'을 이야기했지만, 이때도 미국 측의 '공식 요청'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미 행정부 역시 동맹국에 큰 부담을 안겨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적극 이행하기 곤혹스러운 상황임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회담이 더 주목을 받는 것이기도 하다. 정식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을 재차 요구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이에 '화답'하는 장면이 연출되면 한미일 협력의 틀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전날인 17일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의 '부인'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청에 당장은 '적극적 찬성'도 '전면적 거부'도 할 필요 없이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파병을 위한 국회의 동의와 파병부대의 준비 시간 등을 '카드'로 미국과의 소통을 길게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며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그때 결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밟아도 늦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일정 수준의 융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에게 성의를 보이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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