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서울서 '맞불' 기자회견…중동 전쟁 책임 놓고 외교전

이란 "침략 멈춰야 협상"…한국에 더 분명한 입장 촉구
이스라엘 "핵·미사일 저지 위한 작전"…한국 지지 당부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왼쪽)와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5일 서울에서 각각 중동상황 관련 정부 입장 발표에 나섰다. 2026.3.5 ⓒ 뉴스1 이호윤 기자,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임여익 기자 = 이란과 이스라엘이 5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 전쟁 책임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이스라엘·미국의 대이란 공습은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침략으로 규정하며 공습 중단을 촉구했고,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은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자체방위 차원의 작전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침략이 멈추지 않는 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고 밝히며 한국 정부의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도 요구했다. 이어 오전 11시 광화문 일대에서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이스라엘대사가 별도 회견을 열어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양측이 '맞불' 여론전에 나선 형국이 됐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한 이란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5 ⓒ 뉴스1 최지환 기자

쿠제치 대사는 페르시아어로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이번 공습을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무시한 군사적 침략이자 전쟁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발언 초반 "무고한 희생자들, 특히 170명 이상의 어린이 여학생들을 기리자"며 기자들에게 1분간 묵념을 요청했고, 회견장 화면으로 학교 폭격 장면을 제시하며 민간 피해를 부각했다.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 점령 정권이 2월 28일 이란 영토에 대한 침략을 개시했다"며 "침략의 첫 희생자가 여학교 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학교에서 165명이 목숨을 잃고 60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며 공격의 성격을 '명백한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쿠제치 대사는 공습 직전까지 미국과의 핵협상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3차 회의에서 빈에서 기술적 세부사항을 논의하기로 합의돼 있었다"며 "그런데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공격을 강행해 협상의 길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란 측에서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3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 뒤 "대한민국이 지금 벌어지는 분쟁을 멈추기 위해 다른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한국의 입장을 표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선 "봉쇄했다는 발표는 없었다"며 통항 감소는 보험사·선사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파엘 하르파즈 이스라엘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인 ‘Roaring Lion’ 및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6.3.5 ⓒ 뉴스1 이호윤 기자

반면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격이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저지'와 '이란 시민들의 자유'를 위한 정당한 군사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은 수십 년 동안 핵 프로그램을 한다며 세계를 속여왔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 핵 개발 시간을 더 벌게 해주는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이란 정권에서 핍박받고 살상된 무고한 시민들이 자유를 갖고 원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번 작전의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한 초등학교에서 170여명의 학생이 숨지는 등 민간이 피해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은 의도적으로 민간 시설을 한 번도 타격한 적 없다"며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하르파즈 대사는 그간 이스라엘이 북핵 문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한국 측의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라면서 "이스라엘은 한국에서 북핵 위협이 있을 때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많은 비난을 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 국민들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대피를 원하는 국민들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