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사격도 '과학화'…달라진 예비군 훈련장 가보니[르포]

대형 모니터로 심폐소생 흉부 압박 속도·깊이 등 실시간 확인
실내사격, '전투력·소음·안전' 일석삼조…시가전엔 드론도 동원

육군은 4일 서울 서초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ICT 기술을 접목한 신규 심폐소생술(CPR) 실습장 등 과학화 훈련 시설을 공개했다. 2026.3.4./ⓒ 뉴스1(육군 제공)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양손 깍지 끼고 손바닥 뒤꿈치를 가슴뼈 아래에 올려 분당 100~120회 속도로 5~6㎝ 깊이로 가슴 압박 30회

심폐소생술(CPR)은 시행 횟수와 속도 기준이 비교적 명확히 정해져 있지만, 이를 정석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충분한 깊이로 가슴을 압박했는지, 압박 속도가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충분한 연습을 통해 몸이 기억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육군은 4일 제52사단 서초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 전력을 유지·강화하고, 전투와 실생활 모두에 활용할 수 있는 CPR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각종 전자 장비를 공개했다.

기존 CPR 마네킹 '애니'는 구체적인 압박 속도와 강도 등을 알 수 없어 CPR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훈련장 내 CPR 실습관에 설치한 대형 모니터에는 예비군 10명의 흉부 압박 깊이와 속도 등이 숫자와 색깔로 동시에 표시된다.

실습자가 흉부를 압박하면 마네킹은 블루투스로 연결된 컴퓨터에 압박 강도와 속도 정보를 전송하고, 이 정보는 곧장 실습관 모니터에 표시된다. 모니터에서 자신의 마네킹 번호가 적힌 칸에 초록불이 들어오면 적절하게 CPR을 시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예비군 CPR 훈련은 화면을 통해 실습자의 압박 강도와 속도를 공개한 상태에서 반복 숙달 시간을 가진 뒤, 이후에는 CPR 시행 정보값을 비공개로 전환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VR 훈련 중 총성, 폭음 등 실제 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들이 재생된다. 센서 조끼는 피탄시 가슴, 어깨, 허벅지 등 부상 부위에 진동을 일으켜 현실감을 더한다. 2026.3.4. ⓒ 뉴스1 김기성 기자

육군은 CPR 훈련용 ICT 장비 도입과 함께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영상 모의 사격훈련장도 개선해 실제 전장에 버금가는 현실감을 제공하는 등 훈련의 내실을 높이고 있다.

VR 훈련은 방탄 헬멧과 센서 조끼를 착용하고, 가스 주입식 모형 총기를 소지한 채 2인 1조로 이뤄진다. 3면 스크린에는 한남대교, 서초역, 코엑스 등 실제 도심을 배경으로 한 전장이 구현되며, 민간인과 적군을 식별해 사격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이뤄진다.

VR 훈련 시나리오에는 총성, 폭음 등 실제 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 재생된다. 사수는 훈련 중 교장에 설치된 선반에 엄폐한 뒤 탄창을 교체해야 한다. 센서 조끼는 피탄 시 가슴·어깨·허벅지 등 부상 부위에 진동을 일으켜 현실감을 더한다.

지난 2020년 VR 사격장 시범 운영을 시작한 육군은 오는 13일까지 기존 평면형 스크린을 3면 다중 스크린으로 교체하고, 훈련 시나리오 등 전자장비 소프트웨어도 개선하는 등 2세대 VR 훈련 장비 배치를 마칠 예정이다.

육군 52보병사단 서초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진행한 예비군 훈련 중 예비군들이 안전을 위한 사선별 방탄아크릴을 앞에 두고 실내사격을 하는 모습. 2026.3.4./ⓒ 뉴스1(육군 제공)

육군은 예비군 훈련장에 실내 개인화기 사격장을 마련해 훈련장 주변 민간 시설에 대한 소음 문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자동화 장비를 마련해 안전성을 높였다.

실내사격장은 개인화기 분해·조립실과 20명이 동시에 사격할 수 있는 25m 표적지 사격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사로에는 방탄 아크릴과 총기 고정장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고, 사격 종료 후 전자장비로 사수 앞까지 표적지를 가져오는 자동화 장비도 구축돼 있다. 기존 야외 사격장은 사격이 끝난 뒤, 사수나 교관이 표적까지 이동해 표적지를 수거·교체해야 해 안전 우려가 있었다.

또 실내사격장에는 개인화기에 탄피수거대를 부착하는 것을 대신 각 사로 별로 탄피가 배출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별도의 수거대를 설치했다. 사격장에서 착용하는 방탄 헬멧에는 격발 소음을 줄이면서도 사격지휘관의 방송 통제는 들리는 소음저감 헤드셋이 부착돼 있다.

실내사격장 각 사로에서 엎드려쏴 자세를 유지한 상태로 현재까지 사격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아울러 사격 간 발생하는 탄매, 화약 분진 등을 흡입해 외부로 배출하는 환기 장비도 갖췄다.

시가지 전술훈련장에서는 실제 도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예비군들이 레이저를 활용한 마일즈(MILES) 교전 훈련 장비로 쌍방 교전 훈련을 진행한다. 또 레이저 감시 센서를 장착한 드론을 띄워 대공사격 훈련도 병행해 드론 활용이 늘어난 현대전 환경에 대한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

육군은 지난 2014년 경기도 남양주시의 금곡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을 시작으로 과학기술을 접목한 훈련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왔으며, 이달 말 완공을 앞둔 부산 훈련장을 포함해 현재까지 29개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을 조성했다.

육군은 올해 목포와 대전, 칠곡, 영천, 안동에 순차적으로 과학화 훈련장을 준공하고, 중장기적으로 시·군·구 단위 202개 예비군 훈련장을 통폐합·개선해 전국 40곳에 과학화 훈련장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육군 52보병사단 서초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진행한 예비군훈련 중 예비군들이 시가지 전술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2026.3.4./ⓒ 뉴스1(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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