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면 北 당 대회·한미 안보 협상·미일 정상회담…첩첩산중 한국 외교
北, 당 대회서 '두 국가' 고착화에 '핵억제력' 강화 조치 발표 예상
'강해진 일본', 美와 밀착하며 韓의 대중 견제 부담 증가 예상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설 연휴 이후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의 묵직한 과제가 밀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하순에 열릴 북한의 제9차 노동당 대회와 2월 말~3월 초로 예상되는 한미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 3월 미일 정상회담이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외교 이벤트들은 한국의 안보 정세와 대미, 대중 외교에 가볍지 않은 전략적 과업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월 하순 평양에서 제9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2021년 제8차 당 대회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향후 5년간의 국정 운영의 큰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정치 행사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미 지난해 가을에 9차 당 대회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재래식 무기)을 동시에 강화하는 병진 노선을 제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에도 "가장 확실한 공격 능력을 구축하고 이에 기초한 억제 전략을 실시하는 것은 우리 당 국가방위 정책의 불변한 노선"이라며 "노동당 9차 대회는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구상들을 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기존의 무기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의 새로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병진 노선'에 따른 북한의 새로운 핵전략을 수립해 지난 2022년에 제정한 '핵무력정책법'에 명시할 가능성도 있다.
상용무력(재래식 무기)의 강화 수준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미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개량해 무기의 다종화를 이룬 상황이다. 다만 재래식 무기에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으로, 북한은 재래식 무기의 생산을 대폭 늘려 한국에 대한 '집중 포화'의 위협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이 접목된 무인기(드론), 미사일의 정밀 유도 기능 개발, 정찰위성의 추가 발사 계획 등이 종합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2023년 12월에 선언한 대남 기조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와 관련한 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당 규약에 반영하고, 향후 헌법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는 대남·대외 노선의 가변성을 줄여 항구적인 '남북 두 국가' 고착화를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 대회와 이어질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격)를 통해 '두 국가' 기조의 당적, 법적 고착화에 따라 군사분계선(MDL)을 '국경선'으로 삼고, 해상에서도 새로운 영해를 선포하며 북방한계선(NLL) 등 기존의 분단체제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미는 이달 말 혹은 3월 초에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기술 협력, 원자력 협정 개정 및 조정 문제, 함정 등의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에너지부, 국방부(전쟁부)가 참여하는 미국의 범정부 대표단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등 안보 현안에 대한 논의가 상호관세 및 대미 투자 이행 문제와 함께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3500억 달러가량의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에 합의하며 분야별 상호관세를 25%에서 15%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대미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올 들어 한국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면서 상호관세를 다시 25%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여야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논의할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마련하는 등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실제 새 법안의 국회 통과 시점은 늦으면 내달 9일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서는 만일 내달 초까지 특별법 통과에 대한 확실한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 미국 측이 압박 강화·불만 제기 차원에서 실무 협상 일정을 미룰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위를 구성하는 등 법안 통과 시점의 윤곽이 잡힌 것에 대해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미국 행정부에서는 한국이 비관세장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상호관계를 계속 무기로 삼겠다는 분위기도 팽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단독으로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2차 대전 전후 최고의 승리'로 평가되는 압승을 거두며 '다카이치 체제'를 크게 강화했다. '강한 일본'을 구호로 내세워 '강한 다카이치'가 된 그는 강력한 지지기반을 토대로 외교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3월 19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미 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강한 지지를 얻은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방미는 일본의 영향력 확장에 방점을 찍는 외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의 지지를 통한 대중 압박 강화로 수세를 극복하는 것이 다카이치 총리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도 '한미일 협력 강화 차원에서 대중 견제에 더 관여할 것'을 압박하는 미일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 또 일본이 미국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약속하며 그간 미온적이던 국방비 인상 등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이 역시 조속한 대미 투자 이행 압박을 받는 한국에는 부담 요인이다.
여기에 오는 22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예정된 것도 변수다. 다카이치 총리는 집권 전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급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어, 만일 올해 행사가 예년에 비해 크게 치러질 경우 한일관계에는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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