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표현 사라진 美 NDS…핵우산 제공에 변화?

美 NDS에 '확장억제' 언급 사라져…북핵 억제에 관심 떨어졌나
"동맹국 향한 확장억제, 큰 틀에선 변화 없을 듯"…역할 수행 범위는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 정책 방향이 담긴 국방전략(NDS)에 북한의 핵 위협에 핵으로 대응해 한국을 보호한다는 의미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전략에 변화를 주면서, 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27일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을 유지하고 결속할 수 있는 결정적 근간이 핵우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문서에서 표현이 빠진 것 자체로 당장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언어 대신 미국의 실익과 주변 정세에 따른 '조건부 지원'을 암시함으로써, 향후 동맹국의 태도에 따라 안보 지원의 범위와 강도를 조정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한 NDS에 따르면, 이번 문서에선 핵무기 운용 및 현대화와 관련해 본토 방어 외에 동맹국 보호에 대한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변화하는 핵 정세 속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안정적으로 핵무기를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언급됐지만, 동맹국 보호와 관련해선 '중요하면서도 제한적인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US support)을 할 것이라는 표현만 담겼다. NDS는 지난해 12월 미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이 구체화된 문서로,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실질적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지표 중 하나다.

이번 NDS는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발간된 NDS와 비교하면 더욱 차이가 뚜렷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NDS에 핵무기의 현대화 목적에 대해 "미 본토와 우리의 확장억제에 의지하는 동맹 및 파트너국에 대한 억지"라는 내용을 명확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의 현대화'를 기조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중 견제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변화를 주는 등, 한반도 안보에 이전보다 덜 신경을 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NDS에 확장억제가 빠진 것을 두고도 우려 섞인 시선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 개발이나 핵무기 생산을 막는 것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방한 중인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이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X(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美, 핵우산으로 동맹 신뢰 얻어…대중 견제 확장에 필수"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NDS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빠진 것이 곧 미국의 핵우산 약속 이행에 대대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있어서 한국·일본 등 역내 동맹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 미 당국자들 역시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 억제 정책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말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에서 '확장억제 제고',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군사적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 제공' 등의 기조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핵우산은 미국 입장에서 인태지역 동맹국의 신뢰를 보장하는 주요한 근간 중 하나"라며 "미국은 본토와 서반구 안보 확보에 집중하되 지역 방위에선 동맹국들의 분담을 확대하는 '선택과 집중'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확장 억제를 포기하는 건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와도 맞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이어 "이번 NDS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건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동맹국들의 비용 관여 부분에선 좀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라며 "확장억제를 제공할 때도 과거처럼 명시적이고 대대적인 지원을 하기보단, 자국의 실리 및 핵심 이익에 따라 수위 조절을 할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장억제의 핵심은 동맹국들이 대면하는 위협에 미국이 핵억제력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안보에 관여한다는 건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세력의 지향점과 반대되는 개념"이라며 "공식 자료마다 확장억제 언급 여부가 달라지는 건 동맹국으로서의 한국의 역할 수행 범위에 따라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억제력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본다"라고 해석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