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이치 조기 총선 승부수…한일관계 '관리 기조'는 이어질 듯

승리 땐 장기 집권 발판, 패배 땐 교체 불가피
전문가들 '총리 변수'보다 '전략 환경'에 주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높은 지지율을 이어오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단행이라는 정치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각의에서 중의원 해산을 결정하고 오후 중의원 본회의에서 이를 공식 발표했다. 중의원 선거는 2월 8일 치러진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쥔다면 장기 집권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반대로 패배 시엔 퇴진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카이치 본인 역시 "총리직 진퇴를 걸겠다"라고 밝혔는데, 그만큼 정치적 초강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와 현재 다카이치 총리까지 한일관계는 좋은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는 평가다. 한일 정상회담은 5차례나 열렸으며, 정상 간 셔틀외교도 순탄하게 가동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다카이치 총리 고향 나라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조세이 탄광'에서 수습된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해 한일 양국이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제안한 것으로 과거사의 낮은 문턱부터 양국이 협력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해저 탄광인 조세이 탄광에서는 1942년 탄광이 무너지면서 일제로부터 강제 동원된 136명의 조선인 노동자를 비롯해 일본인 관리자 47명이 수몰됐다. 그간 일본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방치되다가 사고 발생 84년 만에 한일 양국이 이번에 공동으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취임 전부터 '여자 아베'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다카이치 총리를 두고 당초 외교가 안팎에선 한일관계가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관측은 '기우'였다는 평가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임 이시바 총리와 마찬가지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한일 간 협력에 방점을 찍으며, 한일관계 관리에 일단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 내외를 숙소 앞에서 기다리며,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등 특유의 '오모테나시'(환대)로 한일 정상 간 유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에서 푸른색 유니폼을 함께 착용하고 즉석 드럼 협주를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6.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조기 총선 변수에도 한일관계 '관리 기조' 이어질 듯…"정권 성향보다는 전략 환경"

이러한 좋은 흐름은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일 갈등 격화 등 국제사회의 혼란 속에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려 왔다. 이는 일본으로선 추가 '변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한일관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조기 총선을 기점으로 한일관계가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조심스레 제기된다. 70%대를 유지해 온 다카이치 내각의 높은 지지율이 반드시 선거 승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일본 정치권 내에 분위기가 다시 우경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7월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가 집권 여당 자민당의 참패로 끝나자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극우 성향의 신생당이 부상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조기 총선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승리할 경우에도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책의 우경화 가능성을 주시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 정책 근간인 '3대 안보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 정비계획)를 올해 안에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무기 확충 추진을 통해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 재검토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거나 또는 패배에 따른 교체 국면에 돌입하더라도 일본이 한일관계에 대한 즉각적인 '태세 전환'을 보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일 갈등과 미중 경쟁 등에 따른 '후폭풍'이 아직은 일본으로선 더 큰 사안이며, 이에 한일관계는 관리에 무게를 실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안보·경제 협력은 이어가고, 과거사 문제는 관리의 대상으로 남겨두는 현재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요인은 정권 성향보다 전략 환경"이라며 "미중 경쟁과 중일 갈등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일본 입장에선 한국이 안보·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됐고, 이런 구조는 일본의 국내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작동한다"라고 말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다카이치 총리를 아베 전 총리와 동일 선상에 놓고 극우 성향의 완성으로 보는 것은 섣부르다"며 "총리 취임 전 발언과 집권 이후의 책임 정치는 다를 수밖에 없고,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다면 주변국과의 관계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