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日 '다케시마의 날'…李 환대한 日 '진정성' 판가름 잣대
다카이치, 취임 전 "다케시마의 날 행사 급과 격 높여야" 주장
전문가 "日 외교 어려운 상황 놓여…외교적 고립 자초 안 할 것"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특유의 '오모테나시'(환대)로 한일관계 밀착을 추동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 징용자가 수몰된 '조세이 탄광'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약속하면서 미뤄둔 과거사 사안에 있어서도 일부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내달 22일 일본 시마네현에서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한일관계를 뒤집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진정성을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15일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한국을 대하는 자세는 지난 13일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에 도착했을 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의 숙소 입구로 직접 나와 이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며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초 회담장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스스로 입구에 나갈 것을 자청했다고 한다. 중일 갈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일본이 중국 국빈 방문 직후 일본을 찾은 이 대통령을 환대해 한중 밀착을 막으려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과 백제·고구려의 영향을 받아 유사한 기법으로 창건된 호류지(법륭사)를 찾았을 때도 '금당 벽화' 원본을 공개하는 등 한일 간 연결고리를 부각하기 위한 행보에 집중했다. 금당 벽화는 고구려의 화승 담징이 그렸다는 설이 있는 그림이다.
이 대통령 취임 후 가진 네 번의 한일 정상회담 중 처음으로 과거사 사안이 다뤄졌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두 정상은 지난해 8월 '조세이 탄광'에서 수습된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해 양국이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저 탄광인 조세이 탄광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42년 운영 중 무너지면서 강제 동원된 136명의 조선인 노동자와 일본인 관리자 47명이 수몰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일은 위안부 문제나 사도광산 강제 징용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일단 피하고 양국의 협력이 가능한 사안을 발굴하는 차원에서 조세이 탄광을 과거사 안건으로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그간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는 조치로 평가되기도 한다.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발표에서 '일한미 협력'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간 일본 정부가 '한미일 3국 협력'을 언급할 때 '일미한'이라고 칭해왔다는 점에서 이 역시 외교적 제스처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은 한일의 훈풍을 한 번에 폭풍으로 바꿀 파급력이 있다. 다케시마의 날은 일본제국 시절인 1905년 2월에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마네현 의회가 2005년에 자체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당시 한일은 거의 모든 교류를 중단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일본은 처음엔 "중앙 정부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우익 성향인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때인 2014년엔 다케시마의 날을 중앙 정부 차원의 행사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특히 2013년부턴 매년 행사 당일에 중앙 정부에서 차관급인 정무관을 파견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중앙 정부 인사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력이 있다. 그는 총리 취임 후엔 과거사나 영토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자신의 공언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일본 내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도 있다.
시마네현은 최근 17~18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쓰시마(松島) 지도'와 돗토리현 요나고시의 상인 가문인 무라카와가의 문서를 공개하며 독도 영유권을 재차 주장하는 등 '다케시마의 날'을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독도를 다케시마와 마쓰시마로 병기한 바 있다. 마쓰시마 지도는 곧 독도의 상세 지도인 셈이다. 무라카와가의 문서에는 일본인들이 독도에서 어로 활동을 한 기록이 담겨 있다고 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전 행보를 감안했을 때, 일본이 올해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급과 격을 격상하지 않고 예년 수준으로 치른다면 일단 일본의 태도를 '평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시마네현의 행사보다 중요한 것이 다케시마의 날을 앞둔 총리의 행보라고 보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곧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2월 초중순에 총선을 실시할 방침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선거에 집중하면서 다케시마의 날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가 집권 과정에서 연립 여당의 파트너로 우익정당인 일본유신회를 택했기 때문에 선거 전후로 표심 확보와 결집을 위해 독도 문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한다면 일단은 선거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은 중국과의 갈등에 직면했고 이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해 외교적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국까지 적으로 돌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내에서도 다케시마의 날을 부각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일 보도에서 '미들 파워'인 한일의 협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양국의 국민감정 관리가 중요하다며 "곧 다가올 다케시마의 날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에게 더 높은 차원의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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