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구시 한중 관계를 기대한다 [황재호가 만난 중국]

황재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장펑 전 상하이외국어대 당서기 인터뷰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뤄졌다. 두 달 만의 한중 정상 간 상호 방문은 양국 관계를 최대한 빨리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복원하려는 양 지도자와 정부의 공통 인식과 강력한 의지의 결과다. 양국이 도전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려는 실사구시적 행보다.

중국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양국 관계를 둘러싼 주요 안보 환경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6일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장펑(江峰) 전 상하이외국어대 당서기를 만나 물었다. 현재 상하이 지역학회 회장이자 같은 대학 글로벌거버넌스지역연구원(SAGGAS)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교육부 부국장과 주독일 중국공사참사관 등을 역임했다.

- 이번 한중 정상회담 총평을 한다면.

▶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한국 대통령이 6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 것이다. 또 두 달 만에 한중 정상이 두 번째로 회담을 가진 것으로, 양국이 상호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중 관계가 어려움과 도전을 겪은 후 빠르게 개선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을 재확인했으며, 양측은 경제·무역·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15건의 협력 문서를 체결해 양측의 전략적 신뢰를 공고히 했다.

양국 정상이 과거 역사 경험처럼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한다. 이는 해당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와 발전에 긍정적인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양국 지도자는 국민 간 교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이를 통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기를 희망했다. 양국 학자와 학생들이 더 많은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신뢰의 선봉이 됐으면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작년 11월 경주 정상회담 때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한중 관계의 향후 발전 방향은.

▶ 한중은 좋은 이웃이자 좋은 동반자의 모범이 돼야 한다. 양국은 고위급 정치적 소통을 유지하고 전략적 상호 신뢰를 증진하며,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이견을 관리하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공고히 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녹색산업 등 구체적 분야 협력을 심화하는 동시에 산업·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중이 공동으로 동북아 경제 통합을 추진해 이 지역의 지속적 평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유럽연합(EU)의 경험이 참고될 만하다.

양국은 APEC, G20 등 프레임워크 내 제도적 협력을 강화해 공동 이익을 수호하고 고립주의에 반대하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고수해야 한다. 인문 교류를 확대하고, EU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참고해 동아시아 교육 공동체를 구축하며, 동아시아 청년 교류 장학금 설립을 추진해 미래를 내다보며 청년들의 상호 학습 기회를 증진해야 한다.

- 이 대통령이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를 방문한 의미는.

▶ 이 대통령의 상하이 방문은 역사·경제·인문적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역사적 공감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참배를 통해 한중 공동 항일 역사를 재조명하고 반식민지 역사 서사를 강화하며 정치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한다. 둘째, 경제·무역 심화다. 상하이는 한국 기업의 중국 협력 핵심 관문으로, 동행한 200여 개 한국 기업 대표들이 상하이와 경제 발전이 활발한 장삼각 지역과 연계하며 중·한 실용적 협력의 속도를 높였다. 셋째, 인문·도시 외교다. 문화관광과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국이 중국과의 다각적 협력 중시를 보여주며, 중·한 관계가 정부 차원에서 사회 차원으로 확장되도록 지원해 민의 기반을 다졌다.

- 베네수엘라 사태가 국제 질서에 주는 의미는.

▶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무력을 행사하고 재임 중인 국가 원수를 강제로 체포한 행위는 유엔(UN) 헌장의 주권 평등과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패권 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해 불안정한 세계 질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각국은 '모두가 스스로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고, 이제는 유럽마저 미국이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할까, 우려하고 있다. 패권이 있으면 반패권도 생겨난다. 세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국제 질서가 더욱 심각한 파괴를 겪을 듯하다.

-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 단기적 속전속결은 어려우며, 중장기적으로 외교적 협상과 다자간 타협을 통해서만 종결될 수 있다. 2026년 단계적 완화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평화 협상 과정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럽이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결의 열쇠라고 믿는다. 반면 유럽이 부적절하게 대응할 경우 문제는 약화해 더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유럽이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6일 중국 상하이에서 필자와 만난 장펑 상하이외국어대 당서기. (필자 제공)

- EU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 유럽연합(EU)은 전례 없는 다중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안보, 경제, 에너지, 인구 등 분야에서 외부의 영향을 심하게 받아 완전히 자결하고 자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린란드 위기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미 우크라이나 위기에 깊이 빠져 있는 EU는 붕괴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자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EU는 본질적으로 주권 국가가 아니며, 전쟁 동원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이처럼 심각한 안보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다. 유럽이 '재민족국가화'(再民族国家化)에 빠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또한 EU는 강력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내부 이념, 민족주의, 관료주의라는 세 개의 제약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전략적 역량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 중일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 중일 양국은 수년간 '정냉경온'(政冷经温)이었으나, 최근 일본 지도자의 대만 관련 발언이 중국의 핵심 이익과 전후 질서의 하한선을 건드림에 따라 양국 관계는 저점으로 추락했다. 개인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이 상호 신뢰를 실현해 국제질서 안정의 축이자 번영의 축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는 삼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일본 지도자들이 역사적 책임과 평화적 책임을 인식하고, 양국 간 기존 정치 문서를 준수하며 잘못된 발언과 행동을 시정해야 한다. 역사가 중일 관계와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일본이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역사적 장애물은 일본이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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