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때 이어 반복되는 美 대사 공백 사태…한미 소통 괜찮나
1년째 주한 대사 임명 안 하는 미국…1기 때는 17개월 만에 임명
결과 중시하는 트럼프, 대사 공백 크게 못 느끼는 듯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번째 주한 미국대사가 1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부임한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70여 일 만에 이임하면서, 지난해 1월 7일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의 이임 이후 1년가량 대사직이 공석인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17개월 만에 주한 대사를 임명한 바 있다. 상당히 시간이 걸렸던 전례가 다시 반복되는 양상이다. 대사 공백이 한미 간 소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7일 제기된다.
김 대사대리는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뒤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우리 측에 이미 자신의 이임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미국이 한국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2024년 12월에 데이비드 퍼듀 주중 대사와 조지 글래스 주일 대사를 지명한 바 있다.
다만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 및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를 찾는 일이 예전과 달리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외교부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 조 바이든 행정부도 집권 1년 후에야 첫 주한 대사를 파견할 수 있었다.
미국외교협회(AFSA)의 '앰배서더 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주한 미국대사를 포함해 전 세계 80개국 주재 미국대사직이 '공석'(Vacant)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는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 약 30명에게 임기 종료 및 본국 복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달 중순까지 귀국할 경우 전 세계 195개 미국 대사직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0여 곳이 대사 부재 상태에 놓이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낙점하는 특임 공관장이 아닌, 통상적으로 임기가 보장되던 직업 외교관 공관장까지 교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부터 보여온 관료 조직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관 경력보다는 자신의 대외정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해 왔고, 이 과정에서 후보군 검증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외교가에서는 한국계 미셸 박 스틸 전 하원의원과 앨리슨 후커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지명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다.
한편으론 케빈 김의 이임이 정세 변화와 연관이 있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사안, 북한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정식 대사 인선을 앞두고 재정비를 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케빈 김 대사대리는 백악관이나 국무부로 돌아가 한반도 문제를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1기 때도 대북 사안 실무를 맡은 김 대사대리는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를 맡아 한반도 정책 실무를 담당해 왔다. 대사대리 재임 기간엔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협의' 등에 참여하며 한미 간 현안과 대북정책 조율에 관여한 정통 관료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가 워싱턴D.C에서 직접 실무를 지휘하고 '현장형' 대사가 임명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1기 때도 유사한 전례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주한 대사직은 약 17개월간 공석이었지만, 2018년 4월과 5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같은 해 6월에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호주 미국대사로 지명됐던 해리 해리스 당시 태평양군사령관을 전격적으로 주한 미국대사로 전환 지명했다.
아울러 결과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대사 공백을 '큰 문제'로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미는 관세 및 안보 협상, 그리고 두 번의 정상회담을 주한 미국대사 없이 치러내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외교정책을 시스템이 아니라 백악관 중심, 매우 개인화된 방식으로 운영하는 특징이 있다"며 "필요하면 국무부나 대사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상대국 지도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대사를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대사가 없는 것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주한 미국대사가 임명돼야 미 국무부는 물론 필요할 경우 백악관과도 소통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채널이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문제가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한 대사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며 주의를 환기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