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한인회장 "향후 3개월간 정치·치안 불안 지속 가능성"

김도갑 베네수엘라 한인회장 "축출 당일 분위기 살벌했다"
"트럼프 2차 공습 가능성 여전…불안정 해소에 시간 더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및 이송 모습.(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재판매 및 DB금지) 2026.1.4/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베네수엘라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교민사회는 아직 긴장 속에서 향후 정권 교체 및 미국의 추가 공습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도갑 베네수엘라 한인회장은 5일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잡혀갔다고 해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마두로가 대통령이었지만 정권에 협력하는 이들과 권력을 나눠 국정을 운영해 왔고 아직 이 인물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최소 3개월 정도는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태 발생 후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과 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황 대응 시나리오' 등을 짜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 역시 베네수엘라의 혼란이 최소 3개월가량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 회장은 "한국대사관도 비상 운영에 들어갈 것 같다"라며 "구체적인 대응 방향은 다음 주쯤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 공습 당일에 살벌했다"…마두로, 美 공습 대비해 수도에 병력 증강

김 회장은 미국의 군사작전이 전개된 날 상황이 "살벌했다"라고 기억했다. 그는 "헬리콥터가 주거지 근처까지 날아다녔고, 미군의 폭격 인근 지역은 상당히 위협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길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모두 예상을 못 했기 때문에 크게 놀란 상황이었다"라고 당일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회장은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미국의 공습을 대비해 해안가인 수도 카라카스 일대에 많은 병력을 배치하고 훈련을 진행하는 등 나름의 대비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전했다.

현재 현지 분위기에 대해 김 회장은 "시민들의 일상은 비교적 평온해진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슈퍼마켓도 문을 열고 버스 등 대중교통이 다시 운행되기 시작했다. 내일부터는 국내선 항공편도 운항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교민사회의 안전 상황과 관련해서는 "현재는 미사일이 날아다니거나 전투기가 눈에 띄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기존 베네수엘라의 권력층이 어떻게 움직일지, 또 미국이 2차 공격에 나설지 여부가 변수"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특히 "현 정세를 보는 교민들의 의견은 아직은 말씀드리기 매우 조심스럽다"라며 베네수엘라 정치 상황의 가변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마두로 정권이 수만 명의 비밀경찰 등을 운영해 극심한 여론 통제를 단행했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베네수엘라 국민 여론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상황이 위협이겠지만, 야당 지지자들은 '해방의 날'이 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교민 안전 관리 체계 마련돼 있어"…대피 거점 4곳에 설치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12월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현지 체류 국민들에게 수도 카라카스 3곳과 동부 푸에르토라쿠르스 1곳 등 총 4곳의 대피 거점을 안내한 바 있다.

김 회장은 대피소 설치는 오랜 기간 유지해 온 교민 안전 관리 체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베스 정권 이후 정치적 혼란이 반복되면서 십수 년 전부터 교민들과 대사관이 함께 만든 시스템"이라며 "소요 사태나 대규모 혼란 시 교민들이 집결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피소에는 식수와 발전기, 통신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전기가 끊기더라도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대피소를 실제 이용한 교민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과거 전국적인 대정전 때 대피소를 이용한 적이 있다"며 "전기와 물,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던 경험이 있어 대피소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새벽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와 공군 본부가 위치한 마라카이 등에 대한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병력 동원을 지시했지만,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꾸려진 미군은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해 뉴욕으로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미 미국 수사당국에 의해 '마약 테러 공모' 혐의로 기소돼 있으며, 곧 미국에서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외교부는 군사작전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70여 명으로, 이 가운데 50여 명이 수도 카라카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다만 김 회장은 "우리 교민은 카라카스에 약 70명, 전국적으로는 약 120명 수준"이라며 외교부가 밝힌 것보다 많은 교민이 현지에 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