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양을 생존·전략 공간으로 전환…'북한판 인태 전략' 발전"
아산정책연구원 '북한판 인태 전략 발전가능성' 보고서
"해양을 핵·외교 전략 공간으로 활용…북러 밀착 속 해군 현대화도 가속"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해양을 군사 활동의 무대를 넘어 생존과 대외 전략을 결합한 '핵심 전략 공간'으로 재정의하며, 장기적으로는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이른바 '북한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 소속 양욱 연구위원과 서보배 연구원은 23일 '북한 해양전략의 변화: 북한판 인도·태평양 전략으로의 발전 가능성' 보고서에서 "북한은 북러 밀착을 통해 확보한 전략적 여유를 바탕으로 해양을 생존과 발전의 복합적 전략 공간으로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대 들어 대형 수상함과 잠수함 건조를 본격화하며 연안 방어 중심의 해군 전력을 늘려 대양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해양주권'과 '원양 작전 능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중간계선해역' 개념을 제시하며 기존 해양 질서에 도전하는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평가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구조적 전략 전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해양전략은 대북제재와 경제적 고립 속에서 단기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과, 핵무력 운용·대외 협력·해양 경제 개발을 통해 중장기적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발전 전략이 결합한 '이중 구조'를 띤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북한은 불법 해상 환적, 조업권 판매, 선박 위장 등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며 해양을 외화 확보의 통로로 활용하는 동시에 중러와의 해상 교류를 확대해 해양을 '경제 회복'과 '체제 유지'를 위한 현실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이 해양을 핵무력 운용의 전략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5000톤급 신형 구축함 공개, 원양 작전 능력 언급 등을 해양을 제2격 능력 확보와 회색지대 도발의 무대로 활용하려는 계산된 행보로 해석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해양과 수중 공간으로 핵 운용 영역을 확대할 경우 북한의 전략적 위협 수준은 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해양을 중심으로 한 안보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해군과 해양경찰의 전 정부적 공조를 통해 해양감시체계의 우위를 선점하고, 한미일 해양안보 협력을 제도화해 미사일 방어와 대잠수함 작전에서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해양전략이 북중러 연대의 한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해양안보와 국제질서 수호의 비중을 높이고 다자 해양안보 협의체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과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해양국가로서 한국의 전략적 정체성을 안보와 국가 발전 전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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