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엔사 MDL 서로 다르다…60% 이상 차이나 대북 공조도 차질
한국군, 유엔사와 MDL 기준 다르게 적용…전체의 60%가량 불일치
국방부 "2026년부터 美와 간극 좁히기 위한 협의할 것"
- 김예원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정윤영 기자 =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서로 다른 기준의 군사분계선(MDL)을 설정해 수년째 각각 운영 중인 것으로 22일 뒤늦게 확인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우리 군은 북한군의 MDL 침범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생 지역 MDL을 표기한 우리 군의 군사지도와 유엔사의 기준선을 모두 검토한 뒤 이중 '남쪽에 있는 선'을 기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군은 이같은 내용을 지난 9월 경계지침서에 반영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우리 군의 군사지도는 2004년을 기준으로 MDL 표지판의 위치를 측정, 2011년도부터 적용하고 있다. 유엔사 기준선은 2014~2015년도 측정값에 기반해 2016년 확정됐다. 현재 두 지도 사이의 MDL 위칫값 불일치 비율은 약 60% 정도이며, 일부 지역에선 MDL 위칫값이 남북으로 수십 미터가량 차이가 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MDL 침범 판단 시 우리 군의 군사지도와 유엔사 기준선 중 더 남쪽에 있는 선을 지표로 삼으라는 지침은 지난해 6월 공문 하달 및 주요 직위자에 대한 전파 방식으로 전달됐다.
유엔사 기준선 상 MDL이 우리 군의 군사지도 상 MDL보다 남쪽에 있는 지역에선, 북한군이 우리 군 기준 MDL을 침범했을 때 경고사격 등으로 대응한다면 유엔사에서 정전협정 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미 간 대북 공조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군은 한국군과 유엔사의 MDL 차이로 인해 그간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고 있다. 다만 북한도 MDL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그간 이 사안으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부터 MDL 인근에서 '남북 단절 작업'을 진행하면서 정확한 MDL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한미 간에 대응 지침을 논의하는 등 현안으로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이 올해 MDL을 침범한 건 총 17건이다. 대부분 북한군이 단절 작업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침범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23년 11월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와 12월 '남북 두 국가' 선언 이후 접경지에서 장벽을 쌓거나 지뢰 매설 작업을 하는 등 단절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MDL 경계는 철책이 아닌 '군사분계선'이라고 적힌 푯말로만 표시되며, 이마저도 상당수 유실돼 현재 200여 개 정도만 남았다. 좌표 식별 장비 등이 없으면 현장에서 MDL 침범 여부를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북한군의 MDL 침범 17건 중 11건은 지난 11월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국방부는 MDL 경계를 재설정하자며 지난달 군사 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군이 MDL에 가까워지거나 침범 사실이 발생하면 우리 군은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군 당국은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해 2400여회의 경고 방송, 21건(36회)의 경고사격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와 유엔사는 상호 간극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에 따라 내년부터 MDL 기준선을 명확하게 일치시키는 보정 작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합참 관계자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 발생 시 현장 부대의 단호한 대응과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현장의 '식별된 MDL 표지판'을 최우선으로 적용하고 있다"라며 "MDL 표지판이 식별되지 않는 지역에선 군사지도와 유엔사 표지판 좌표의 연결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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