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시트 불씨 꺼질라'…정부, 한미 원자력 협력 논의 '속도전' 초점

팩트시트 공개 한 달…안보실장·외교 1·2차관 '릴레이 방미'
"한미 원자력 협정 장기 레이스…꾸준한 대미 관리가 중요"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17/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정부가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 논의 '속도전'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협상 자체는 장기 레이스가 불가피하지만, 초기 국면에서 논의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고위급 접촉을 통해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담긴 원자력 협력 사안의 신속한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원자력 주무 장관과의 면담인 만큼,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이 폭넓게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위 실장은 전날에는 핵잠 건조를 위한 미국과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평화적 이용'에 한정된 기존 한미 원자력 협정과는 별도로, 핵잠 건조와 직결된 법·제도적 해법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대통령실은 △농축우라늄 △핵추진잠수함(핵잠) △국방예산 등 3개 분야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 실장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한미 간 분야별 실무협의체 구성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의 속도전 기류는 외교 라인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는 '릴레이 방미'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지난 2일,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나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 착수와 함께 팩트시트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도 10일 제10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계기로 방미해 제이콥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과 만나 원자력 에너지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이미 합의된 사안은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원자력 협정 장기 레이스 예상…꾸준한 대미 관리 중요"

농축우라늄과 핵잠을 포함한 원자력 협력 사안은 협의 난도가 높은 만큼 단기간 내 성과를 도출하긴 쉽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미국 조야의 강한 핵 비확산 기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에 안보실과 외교부가 미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협의 동력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한 외교 소식통도 "특히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사안은 장기 레이스가 예상된다"라며 "미국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조속한 협의를 꾸준히 요구·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이행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최대한 성과를 도출하고 협의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에너지부나 국무부 등 일부에서 (핵 비확산 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미 행정부 부처들은 결국 대통령 권한 아래 있다. 실무 협상이 막힐 경우 대통령실과 백악관 간 고위급 소통을 통해 병행적으로 풀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로 미루기 시작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며 "팩트시트로 형성된 현재의 동력을 살려 최대한 빠르게 협의를 진전시키고, 또 협의가 정례적으로 열릴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