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경고에 KDDX 사업 현대→한화로 급선회?…전력화에 또 변수
李 "군사기밀 빼돌린 업체, 잘 체크해야"…HD현대 기밀 유출 사건 직격
KDDX 사업, 수의계약서 공동 설계나 경쟁 입찰로 전환 예상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선도함 수주 경쟁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화오션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군사기밀 유출 업체에 대한 엄단을 촉구했는데, 이는 기밀 유출로 법원에 의해 유죄를 확정받아 보안감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8일 나온다.
정부는 그간 선도함 수주 사업을 KDDX의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었다. 이는 KDDX 도입 사업의 시작이 자꾸 연기되면서 구축함 전력화에 차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쟁 업체인 한화오션이 주장해 온 경쟁 입찰 혹은 공동 개발로 사업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1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사업 추진 방식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방산 비리를 근절해달라는 참석자 제안에 답하던 중,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에게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데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라며 "그런 것을 잘 체크하라"라고 당부했다.
방산업계에선 이 발언이 5년 전 HD현대중공업의 직원 9명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관련 기밀을 유출해 처벌받은 사건을 가리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해 유출한 사건이다.
함정 건조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를 맡았는데, 기본설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밀 유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은 법적 처벌을 받았으나, HD현중은 기본설계사업을 따내는 '성과'를 내며 사업 수주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간 바 있다.
지난 9월 방위사업청은 9명 중 1명의 직원이 2023년 12월 유죄를 확정받은 것을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2026년 12월까지로 한다고 결정했다. 당초 8명의 직원들이 유죄를 확정받은 2022년 11월 판결을 기준으로 올해 말까지 적용될 예정이던 보안감점 유효기간을 1년 넘게 늘린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 직전까지도 방사청과 국방부는 KDDX 사업을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건조에 강점이 있고, 이미 기본설계를 완료해 빠른 사업 추진에 유리하다는 측면에서였다. 실제 보안감점은 공개 입찰 등 경쟁 구도에서만 불리하게 작용할 뿐 보안감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의계약의 결격 사유가 되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기밀을 유출한 업체는 추후 방산 계약 체결에서 불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분위기가 180도로 달라지는 양샹이다.
KDDX 도입 사업은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가량을 투입해 6000톤급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다. 선체와 이지스 체계 등 주요 전력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내용이 골자다.
HD현대중공업이 맡은 기본설계는 지난 2023년 12월에 끝났지만, 방위사업청은 2년 가까이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사업자가 이후 사업을 수주하는 '관행'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게 맞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죄 판결 등을 문제 삼으며 경쟁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사 간 경쟁이 과열되자 방사청은 지난 4일 열린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에서 KDDX 상세설계를 두 업체가 공동으로 하되, 이후 선도함 2대를 동시 발주해 각각 건조하는 '공동 설계'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이같은 정부 제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언급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정부가 관행적 수의계약을 추진하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회사 차원의 입장을 내진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은 공동 개발로 사업이 진행돼도 '나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개 입찰 혹은 공동 개발로 사업 방향이 '전환'될 경우, 행정 절차 개정이나 업무 분담 추가 논의 등으로 KDDX의 전력화가 더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미 전력화가 2년 넘게 지연된 상황에서 해군은 빠른 사업자 선정 필요성을 꾸준히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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