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MDL 침범, 16건 중 13건이 10~11월에 발생…구획 확정 시급
최근 한 달간 매주 3일 연속으로 고성 일대 MDL 침범…나흘 전에도 발생
軍, 북한군의 남북 차단 조치 과정에서 우발적 침범으로 분석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올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으로 침범한 것은 총 16건으로 파악됐다. 이 중 13건이 10월과 11월에 몰려 정부 내에서 최근 남북 간 '우발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크게 제기됐던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지난 17일 정부가 북한에 MDL 구획 획정을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한 이유도 부쩍 잦아진 북한군의 MDL 침범 때문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합참)가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북한이 MDL을 침범한 횟수는 이날 기준 총 16건이다. 이 중 무려 81%인 13건이 10월과 11월에 집중됐다.
나머지 3건은 △4월(2건) △8월(1건)에 일어났다. 구체적으로 4월 8일과 21일, 8월 19일에 접경지 일대에서 남북 차단 조치를 위해 장벽 등을 쌓는 북한군 작업 인원이 작업 과정에서 MDL을 넘은 사건이 발생했다.
10월엔 18일과 19일(2건) 총 3건의 MDL 침범이 있었다. 이때는 북한군의 육로 귀순 사건이 있었는데, 귀순 과정에서 이를 추격한 북한군 추격조의 침범 사건이 발생했다.
11월엔 MDL 침범이 10건이나 발생했다. 북한군은 매주마다, 3일씩 연속으로 MDL 경계를 넘으면서 어떤 측면에서는 패턴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1월 4~6일까지는 경기 연천 부근에서, 11월 13~15일엔 강원 고성 인근에서 각각 하루에 한 번씩 MDL을 침범했다. 국방부가 북한에 군사회담을 공식 제안한 17일 이후로도 침범은 4차례 더 일어났다. 11월 19일은 강원 고성, 11월 21~23일엔 하루에 한 번씩 강원 고성과 화천 인근에서 북한군이 MDL 경계를 넘어왔다.
우리 군에 따르면 MDL을 침범하는 인원은 10명 내외 수준으로, 통제 인원으로 보이는 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비무장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남북 두 국가' 기조를 세운 뒤 접경지에 대전차 방호벽과 철책 설치, 지뢰 매설 등 '단절 조치'를 위해 투입된 인원으로 보인다.
일부 작업은 아예 MDL 이남 지역에서 이뤄진 경우도 상당했다고 한다. 다만 군은 MDL 푯말 등 경계선이 명확히 식별되는 지역에선 아직 북한군의 침범 사례가 포착되지 않아 의도적 도발 등 고의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군이 MDL에 근접하면 우리 군은 경고 방송을 하며, 침범이 발생할 경우 경고사격도 실시한다. MDL 침범이 잦아질수록 자연스레 접경지 인근에서의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7일 정부의 군사회담 제의가 남북 대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실제 물리적인 긴장 고조 상황이 반복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후 튀르키예로 향하며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쪽(북한)은 자기 땅이라고 왔다 갔다 하는데 우리가 넘어왔다고 경고사격 하는 일이 있다"라며 현재 남북이 MDL의 구획을 상호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북한군의 MDL 침범과 절차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이 지속되면서 비무장지대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자칫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라고 남북 간 실무적 회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북한군의 '단절 조치'에 따라 MDL 침범은 지난해부터 느는 추세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이 MDL을 침범한 건수는 2014년 1건, 2015년 2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11월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와 12월 '남북 두 국가' 선언 다음 해인 2024년엔 9건을 기록했다.
MDL 경계는 철책이 아닌 '군사분계선'이라고 적힌 푯말 1200여 개로 표시된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세워진 이 푯말은 그간 상당수가 유실됐으며, 지금은 200여 개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지형이 험준하거나 나무가 우거진 지역에 설치돼 효용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MDL에 진입할 때 좌표 식별 장비 등을 통해 침범 여부를 수시로 판단하지만, 북한군은 관련 장비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MDL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남북 간 인식차를 대화를 통해 통해 좁힐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북한은 일주일 넘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군 당국은 지속되는 MDL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색로 개척, 전술도로 추가 설치 등 추가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식 의원은 "정부가 군사 회담을 제안한 이후에도 MDL 침범이 지속되는 것은 대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연속적으로 MDL을 침범하는 것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스스로 높이는 위험한 행동인 만큼 우리 군은 더욱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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