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학 무기, 전면전보단 '회색지대 도발'에 사용 가능성 커"
진의림 KIDA 연구원…"화학무기금지협약 미가입 北, 제재 어려워"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북한이 화학무기(CW)를 전략 무기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면전보단 전시 협상 조건 국면 및 사회적 공포 조성 등 '회색지대 도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진의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20일 '북한의 화학무기 위협과 실전 운용 가능성의 재평가' 보고서에서 지난 10월 열린 북한의 화학무기 관련 워크숍에서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워크숍엔 KIDA 연구진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유럽의 싱크탱크 및 군사 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함경남도 함흥의 연구기관과 비료공장 등 화학공업 시설을 중심으로 기초 화학 지식과 공정 운용 능력, 전구체 생산 여건을 갖추고 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화학무기 2500~5000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수십년간 거의 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한 암모니아나 질산, 염소계 물질은 모두 화학무기 합성에 활용할 수 있다. 이에 황머스터드, 질소머스터드 등 기본형 화학무기와 사린(GB), 소만(GD), VX 등 신경작용제 계열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화학무기를 전략무기화 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꾸준히 보고되는 추세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최소 1960년대 이후부터 생물학 무기를 보유했으며, 타 국가와의 협력이나 장비 구매 등을 통해 능력을 개선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0월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의 중심축을 핵에서 화학 및 생물 무기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선 화학무기를 일부 최전선 부대에 배치하거나 이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완료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이번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은 화학무기가 사용되면 화학무기금지협약(CWC) 가입국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개입해 가해국을 특정하지만, 북한은 미가입국이라 국제사회의 제재와 조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도 북한 입장에선 이점이 될 것이라 봤다.
전문가들은 전시 상황을 가정했을 경우, 북한은 공군기지를 표적으로 한 비살상성 화학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공군기지가 오염될 경우 활주로 및 유지 보수 절차가 둔화하여 연합 전력 지원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시의 경우엔 △저독성 산업용 화학물질이나 농약을 활용한 '가짜 백색가루', 식수·식품 오염 루머 확산, △무인기·풍선을 이용한 소규모 살포, △사이버 및 오정보와의 결합 등이 가능한 경우의 수일 것으로 내다봤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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