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 北에 던진 군사회담 카드…"실효성 낮아" vs "제의 자체가 유의미"

'성사 가능성 작다' 중론이지만…'긴장완화·정책 일관성 부각' 효과 의견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주위로 완성된 철책이 보이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김예원 기자 = 정부가 '남북대화 단절'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에 전격적으로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공을 넘겨받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대화의 장에 나올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북한의 호응과는 별개로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 수준을 완화하는 동시에 남북 대화에 대한 일관성을 부각하는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군은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개최해 군사분계선(MDL)의 기준선 설정에 대해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라며 "구체적인 회담 일정, 장소 등은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회담 제안 이유는 MDL 기준선 설정이다. 최근 북한군이 MDL 일대에서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원들이 MDL을 넘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북한의 반응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채택한 이후 노골적으로 남한을 상대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지난 2023년 4월 북한은 모든 채널을 끊었다. 판문점 채널과 동·서해 군 통신선은 과거의 일이 됐다.

MDL 기준선 설정이라는 대화 의제가 북한의 흥미를 끌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정전협정 당사자를 미국·중국·북한으로만 규정해 왔다. 이에 MDL을 한국과 협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다.

군사적으로도 사실상 남한이 조장하는 실존적 위협이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군사회담의 실익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외교적으로도 북한은 현재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대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끝내 응답하지 않기도 했다. 미국도 '패싱'하는 북한인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과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라며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은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행위인데 기술적 회담 제안만으로 사태가 해결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마을 내 군 막사 주위에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그럼에도 이번 제안은 단순한 형식적 조치로만 보긴 어렵다. 올해만 북한군이 10여 차례 MDL을 넘어왔고, 우리 군의 경고사격이 반복되면서 우리 군 입장에선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전단 살포 통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북한 주민 송환 등 긴장 완화 조치를 연속적으로 취해온 맥락을 고려하면, 이번 제안은 일관된 대화 의지를 드러내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MDL에서 발생한 충돌 상황을 방치하면 훨씬 더 복잡하게 우발적·돌발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라며 "이번 제안은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이자,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어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도 현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라며 "북한과의 대화가 성사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군사회담이 성사될 경우 논의 의제는 MDL 경계선을 넘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의 단계적 복원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접경지 훈련 제한, 군 통신선 제한 등 남북 간 전반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조치가 재논의될 수 있다. 군사회담을 계기로 국방장관회담, 나아가 정상 간 접촉까지 이어지는 구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현재 남북 군 통신선이 단절된 상황이어서 우리 군의 회담 제안은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통해 북측에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북한의 답변이 있을 경우 회담 개최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추가로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추가 대북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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