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숙원사업' 원자력 협정 개정 첫발 뗐다…실무 협상 쟁점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韓의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장에 합의
전문가 "안보 숙원사업에서 큰 진전…美 의회 동의 위한 후속 논의 중요"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한미 양국이 14일 오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공개했다. 한미는 한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원자력 협정 개정에 사실상 합의하며 후속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미가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라고 명시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우리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딜'(합의)하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데 동의한다,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팩트시트에는 원자력 협정 '개정'이라는 표현을 담지 않았지만, 곧 개정을 위한 후속 실무 협의가 개시될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정부의 숙원사업이었다.
2035년까지 유효한 현행 원자력 협정은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저농도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 없이도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자율적인 '핵연료 주기 활동'이 가능하도록 협정 개정을 원해왔다.
이는 일본의 권한과 비슷한 것으로, 일본은 이른바 '포괄적 승인'을 통해 특정 원자력 운용 시설과 범위를 미국과 협의한 뒤 이 범위 내에서 미국의 개별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핵연료 주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월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은 현재 26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정도 원자력을 가진 나라에서 연료를 100% 수입해서 쓰는 나라는 없다"라며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어 "산업적 차원에서 이 연료를 우리가 만들기 위해서는 우라늄 농축을 해야 하고, 쓰고 난 사용 후 핵연료는 지금 수조에 두고 있는데 머지않아 포화 상태에 이를 테니 재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강력히 요청했고, 그게 (미국에) 받아들여졌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 간의 공식 문서에서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매우 큰 진전"이라고 짚었다.
다만 실제 개정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그간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핵연료의 '군사적 목적' 전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피력해 왔다. 그만큼 미국 조야의 '의심의 시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팩트시트 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국 측에서 가장 많은 의견을 제기한 부분도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한미는 팩트시트에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라며 '민간'이라는 표현을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브리핑 때 '민수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미국이 협정 개정이 아닌 현재 협정에서 한국의 권한을 조정하는 쪽으로 협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위성락 실장은 이와 관련해 "농축·재처리는 개정이 필요하면 개정을 해야 하고,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면 해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향이 정해졌고 양측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후속 협의는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를 논의하는 쪽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 수준을 두고도 줄다리기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협정에서는 20% 미만의 농축이 가능한데, 일본의 경우 합의가 있을 시 20% 이상의 고농축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이 상한선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한미가 협정을 개정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인 미국 의회의 승인 여부도 관건이다. 미국 의회와 워싱턴 조야에선 여전히 '핵 비확산'이라는 명제가 대세라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향후 한미 간 협의가 진전될수록 의회에 대한 긴밀한 접근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민정훈 교수는 "원자력 관련된 부분은 중국 등 국제관계도 얽힌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미국 의회에서도 꼼꼼히 들여다볼 것"이라며 "안보 동맹에 높은 기여가 기대된다는 점을 어필하고 핵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계속 우리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