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韓 핵잠 도입, 한반도 평화·안정과 직결…신중하게 처리하길"

기자간담회서 핵잠 도입에 '불편 심기' 표출
"한미동맹, 대만 문제에 불 지르면 안 돼…서해구조물, 어업협정 위반 아냐"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14일 오후 서울 명동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열린 내외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News1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관련해 "사안을 신중히 처리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한국의 핵잠 도입을 명시적으로 반대하진 않지만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이 대사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명동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열린 내외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반도 지역 정세가 여전히 복잡하고 민감하다"라며 "한미 간 핵잠 협력은 단순한 상업적 협력 차원을 넘어 국제 비확산 체제와 한반도 역내 평화·안정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국 측도 (관련)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이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이 대사는 한국의 핵잠 도입은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는 이 문제의 민감성을 충분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중 간 외교채널을 통해 관련 소통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핵잠 도입에 대해 '핵 비확산 의무를 다하길 희망한다',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고 그 반대로 가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다이 대사의 발언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보다는 조금 더 불편한 뉘앙스를 담았지만, 이 사안을 양자 간 쟁점으로 부각하진 않겠다는 기조는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이 대사는 '한미동맹 현대화' 사안에 대해선 "한미 양측이 일치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주목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주한미군에 대중 견제 역할을 더 부여하려는 것에 대해 한국이 대북 문제 대응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주문하는 상황을 평가한 언급으로 보인다. 한미가 대중 견제에 있어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한 나름의 '평가'라는 해석도 있다.

다이 대사는 한미동맹이 대만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중국은 엄중히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며 "한미동맹이 결코 대만 문제에 불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 내 중국이 심해 양식장이라고 주장하는 '선란 2호' 모습으로 중국 측 관리 인원이 보인다.(이병진 의원실 제공)
"서해구조물, 한중 어업협정 위반 아냐…한반도 문제 핵심은 북미 갈등"

다이 대사는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이 심해 양식장이라고 주장하며 설치한 구조물 문제에 대해선 "중국이 추진하는 심해양식사업은 국제법에 부합하며 한중 어업협정을 위반하지도 않는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우호적 차원에서 중국은 한국과 소통하면서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아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한중 어업협정 재협상 및 30여년 간 논의가 정체된 한중 해양경계획정 체결을 가속하는 방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에 내린 무역제재를 1년 유예하기로 한 것과 관렪 다이 대사는 "제재는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게 아닌, 단지 중국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대항하는 일련의 조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 측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이 대사는 대북 사안에 대해선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은 북미 간 갈등"이라며 "미국은 단순히 대화 의지를 표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질적 행동을 취해야 하며, 한반도 문제를 자신들의 지정학적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과 함께 대화를 촉진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용의가 있다"라며 "역사적 경험을 보면 중국은 무엇을 말하든, 말하지 않든 나름의 방식으로 건설적 역할을 해왔고 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해법으로 '쌍궤병진'(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과 '단계적 동시적 해법'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다이 대사는 최근 국내 일각에서 진행되는 반중 시위에 대해선 "소수의 정치 세력이 중국이라는 카드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누리려는 것"이라며 "중한 우호에 손해를 끼칠 뿐 아니라 한국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