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한중 정상회담…민생·경제 협력으로 '안보 부담' 덜어낸다

[경주 APEC] 中, 韓 핵잠 도입 등에 '톤 조절'…갈등 부각보단 관리에 방점
한한령 해제 등 경제 및 민간 교류 확대 주목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경주=뉴스1) 노민호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회담이자, 시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라는 점에서 한중관계의 새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31일 나온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집중하는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때 다소 멀어졌던 한중관계의 복원을 부각하고, 몇 가지 민감한 쟁점이 있는 안보 분야보다는 경제·문화·인적 교류 증진 등 양국 간 협력 확대에 더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韓 핵잠수함 도입에 中 '신중한 반응'…안보 사안은 '관리' 의지

일각에선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승인'한 것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이 전 세계 6개국만 보유한 전략무기인 핵잠수함을 미국의 지원을 받아 도입하는 것이 중국의 입장에선 '대중 견제' 강화의 하나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정제된 메시지'로 이 사안을 한중관계의 쟁점으로 부각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관련 사항을 주목하고 있다"라며 "한미 양측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이 한중 양자 간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을 보인 셈이다.

중국이 핵잠수함 도입 문제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한 한국의 반발을 잠재우는 데 활용하기 위해 장기 포석을 뒀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는 당장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해구조물 문제도 크게 부각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한국 내의 혐중·반중 정서는 더 이상 양국의 '예민한 이슈'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달 초 혐중 시위를 가리켜 "백해무익한 국격 훼손 자해 행위"로 규정하며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한 이후 중국도 이 문제를 국가 간 사안으로 부각하진 않는다는 기조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2025.10.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美 압박 속 한중 가까워질 필요…'경제·민생' 사안 집중 논의 예상

한국과 중국은 각론은 다르지만 미국으로부터 경제·안보 분야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동시에 '북한'이라는 접점이 겹치는 외교 상대방을 두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에 더 이상 경도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원한다는 점에서 협력의 지점이 생기는 측면이 있다.

그 때문에 한중관계의 새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쟁점의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경제 및 민간 교류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행 중인 양국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정책을 항구적 조치로 확대하고, 올해 체결 10주년을 맞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2단계 협상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도 예상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안정적 활동을 보장하는 중국 측의 조치가 나오거나, 희토류 등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 통제에 있어 한국을 배려하는 방침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중국 신화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중 경제·무역 협력 협상 채널의 확장을 언급하며 "한중 FTA 서비스 투자 영역 협상의 실무적 진전을 가속해 경제·무역 협력의 새로운 제도적 기초를 만들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 결과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중 간에는 여러 가지 민생·경제 분야 협력 사안이 많이 있다"라며 "이런 협의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해묵은 과제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가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이뤄질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약속을 받기 위한 교섭을 막판까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구상인 교류(Exchange)-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 즉 'E·N·D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면 '최상의 결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