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밀착 의전' 조현 외교, 예상 밖 '밀담'까지…무슨 얘기 나눴나

[한미정상회담] "한미 현안 아닌 경주 및 일정 소개 등 '의전 대화' 나눴을 것"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영접을 위해 나온 조현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5.10.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경주=뉴스1) 노민호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9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영접에 나선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빈 방문'이라는 격에 맞게 극진한 예우로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를 대신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일본에서 2박 3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에 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나와 한 차례 주먹을 불끈 쥔 뒤 트랩(계단)을 내려와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과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조 장관과 '스몰 토크'를 나눴다.

의전상 의장대의 예포 21발이 발사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는 것이 관례지만, 조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김 의전장은 트랩 바로 앞에서 레드카펫을 걷지 않고 1분여가량 대화에 몰두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이들이 인사를 나누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자 조 장관과 곁에 있던 김 의전장이 동시에 같은 방향을 돌아보는 등 이들의 대화는 단순한 의례적 인사에 그치진 않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비행기에서 본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었고, 조 장관과 김 의전장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 이내 답을 알았다는 듯 트럼프 대통령에게 뭔가를 설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장관은 레드카펫을 걸으며 의장대를 사열하면서도 의장대를 거의 바라보지 않고 대화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장관은 양손을 쓰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면서 조 장관의 말을 경청했다.

대화에 몰두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중을 나온 강경화 주미대사, 홍지표 외교부 북미국장,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등을 그대로 지나칠 뻔하기도 했다.

마중 나온 인사들과 담소를 나눈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그 자리에 멈췄고 이번엔 브런슨 사령관까지 대화에 합류했다. 이 자리에서의 대화도 거의 2분 가까이 이뤄졌다.

경주 시내 이동을 위해 준비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헬기 '마린 원'까지 걸어가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조 장관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정상회담 때도 이같은 모습이 자주 연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눈 대화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 장관은 관련 내용을 이재명 대통령 등 몇 명과만 공유하고 실무진에는 아직 내용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한미동맹 현대화를 기조로 한미가 안보 협상을 진행 중이고, 브런슨 사령관이 이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세 인사가 나눈 대화 중 한미 정상회담의 현안과 밀접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전직 외교 고위 당국자 등에 따르면 이런 방식의 의전에서 아주 예민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미 간 접점을 찾지 못하는 '관세 협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요구'를 즉석에서 던지거나, 우리 측에서 미국이 잘못 해석할 소지가 있는 언급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공항 영접 때는 통상적으로 방문한 지역에 대한 설명 등이 이뤄진다고 한다. 특히 경주는 약 1000년 전 신라의 수도였고 삼국을 통일한 곳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스토리'를 조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