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총재 선거 D-1…모처럼 '훈풍' 한일관계 분수령

고이즈미·하야시 '계승' 기조…다카이치 땐 한일 '퇴행' 우려

23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후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외무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2025.09.23.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는 모처럼 훈풍이 불던 한일관계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5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 판세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양강 구도 속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복병'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은 큰 영향력을 보이질 않고 있고, 그대로 선거를 마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교 경험 부족 고이즈미…한일관계 이시바 기조 이어갈 듯

일본 내에서 가장 유력한 총재 후보로 꼽히는 고이즈미 농림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세대 교체론을 내세우고 있다.

2009년 그는 아버지 지역구를 이어받아 정치에 입문한 뒤, 환경상 등을 거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한국에선 그가 2019년 환경상을 맡으며 했던 "기후변화 같은 커다란 문제는 즐겁고 멋지게, 섹시하게 대응해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붙은 별명인 '펀쿨섹좌'로 유명하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지난달 방한 당시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라며 셔틀외교 복원을 강조해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고이즈미의 아버지는 총리 재임 시절인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고이즈미 역시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참배해 왔는데, 지난 8월 15일에도 그는 신사를 찾았다. 그는 총리에 취임할 경우 신사 참배를 계속할 지에 관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공감대를 형성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고이즈미가 이시바 총리의 한일 훈풍 기조를 계승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라고 전망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도 "고이즈미는 최근 서울을 방문했을 때 농산물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과 잘 지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고이즈미는 연립 정부 구상에서 여타 후보들보다 강점이 있어 정권 안정성이 높고, 이는 곧 한일관계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2025.09.2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여자 아베' 다카이치 한일관계 '흐림'…'외교통' 하야시는 안정적 관계 전망

반면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강경 보수 색채가 뚜렷한 인물로 최근 "다케시마(독도)의 날 행사에 각료가 직접 참석해야 한다"고 밝혀 외교적 갈등 우려를 키웠다.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징용 문제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그는 총리 취임 시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교수는 "야스쿠니·독도 문제에서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입장에선 가장 부담스러운 후보"라고 평가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외무상·방위상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외교통'으로 꼽힌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양국 관계의 기반 위에 양국 관계를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자주 피력한 인물이다. 다른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막판 상승세를 타며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세 후보 중 하야시는 외교·안보 경험이 풍부해 당선 시 안정적인 한일관계가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295표와 당원·당우 표 295표를 합산한 590표로 1차 투표가 진행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에 올라 의원 295표와 지방조직 47표, 총 342표로 최종 승부를 가른다.

새 총재는 오는 15일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총리직에 공식 취임한다.

이런 가운데 사임을 앞둔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일본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를 후퇴시키지 말고 발전적으로 이끌어달라"며 차기 지도부에 '마지막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