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번 주 중국행…천안문 열병식·남북 접촉 '관전 포인트'

시진핑, 좌우에 설 김정은·푸틴…장면 자체로도 '전략적 효과'
남북 접촉 여부도 주목…'실각설' 일축하고 시진핑 건재 부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뉴스1 DB)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이례적으로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에 참석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 이번 행사 '관전 포인트'에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 좌우에 설 김정은·푸틴…장면 자체로도 '전략적 효과'

내달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총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망루에 서는 것만으로도 상징적 의미를 대내외에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푸틴 대통령이, 왼쪽엔 김 총비서가 자리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외교부가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26명의 정상을 발표하면서 푸틴 대통령 다음으로 김 총비서를 호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자리 배치는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이 있다.

그간 중국은 '북중러 3각 구도'에 대해 '거리두기'를 유지해 왔다. 중국 전문가들도 이른바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북중러 협력 개시는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했고,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며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왔다. 즉, '불량국가'라는 이름표가 따라다니는 북러와의 협력은 철저히 양자 차원에서만 머물러 왔다.

이런 와중에 북중러 정상이 천안문 망루에 붙어 서서 서로 담소를 나누는 등의 모습은 그 차제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민주주의 진영의 국가엔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북러 정상회담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북러·북중·중러 양자회담이 연쇄적으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중러 3국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거리두기 입장이 여전하고, 합의문 등 협력 결과물을 담을 3국 간 '공통 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많은 언론이 신냉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시작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3각 협력으로 묶이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며 "3명이 천안문 망루에 서는 모습이 부각되겠지만 중국 정부는 향후 전승절 관련 언론 보도자료에서도 북중러를 묶어서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공안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천안문 광장은 다음달 3일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앞두고 폐쇄된 상태다. 2025.08.2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남북 접촉 여부 주목…'실각설' 일축하고 시진핑 건재 부각

남북 간 접촉 여부도 지켜볼 포인트다.

한국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천안문 망루는 의전상 급에 따라 자리를 배치한다. 우 의장은 한국의 국가 의전 서열 2위지만 각국 정상들을 감안한다면, 김 총비서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5년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행사 때에 참석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북한 대표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자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최 비서는 사실상 말석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당시 남북 간 '조우'는 없었다. 다만 이번에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오는 만큼, 북한 방중 대표단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리셉션 등 별도 행사에서 북한 측 인사와 만날 가능성도 있지만, 김여정 당 부부장과 같은 '주요 수행원'을 마주치더라도 유의미한 대화가 오갈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두 개의 국가론'을 유지하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전승절 행사는 서방 언론이나 대만 매체에서 제기해 온 '시진핑 실각설'을 일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열병식에서 중국 인민군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서다.

시 주석은 이번 전승절을 기점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관련 동력을 10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