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B-2 폭격기 성능 최고"…美 무기 구매도 '동맹 현대화' 의제

[한미정상회담] 美 무기 구매 압박 시사…'첨단무기' 구매 기회일 수도
'동맹 현대화' 주요 안건 가시화…국방비 인상에 무기 구매 포함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번 회담은 한미의 '동맹 현대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측의 '청구서'의 주요 내용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뛰어난 군사장비를 많이 구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미국산 무기 구매가 청구서에 포함됐음을 확인했다.

트럼프 "美. 세계 최고 군사장비 보유"…'첨단 전략무기' 언급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조선협력 등 그간 한미 간 협상을 통해 논의된 미국의 요구사항을 자세히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무기 구매도 "오늘 의논할 사항"이라며 운을 띄웠다.

그는 지난 6월 이란 핵시설 무력화 작전을 수행한 미 공군의 주력 스텔스 폭격기인 B-2를 언급하며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만들고 있다. B-2 폭격기는 최근 작전에서 왕복 36시간을 아무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했다"라고 '세일즈'에 나섰다.

미국이 자국산 무기 구매가 '한미동맹 현대화'의 주요 안건임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의 국방비(국방 예산) 증액 항목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에서 3.8~5% 수준으로 상향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국방비를 지금보다 최소 30조 원 이상 증액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른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은 국방 예산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원하는 국방비 증액 효과를 실현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경제적·정치적 성과를 안겨주는 현실적 해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B-2 폭격기를 예로 든 것은 미국이 한국에 첨단 전략무기를 판매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고가의 무기라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미국의 첨단 기술이 전수된다는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지점이다.

25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C-5 수송기와 C-130 수송기가 계류되어 있는 모습. 2025.8.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동맹 현대화' 美 청구서 본격화…주한미군 역할 변화도 쟁점

미국의 '동맹 현대화'(Alliance Modernization)는 국방비 및 방위비분담금 증액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호응하면서 자국의 안보를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는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 인태 지역 현안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위한 한미 간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를 요구하면서 첨단 전략무기를 예로 든 것은 미국의 구상이 주한미군의 '감축'까지 확장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의 변화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능력"이라고 언급하면서 "5세대 전투기 1대가 4세대 전투기 2대를 대체할 수도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첨단무기를 적극 내세우면서 주한미군의 변화를 언급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는 동맹 현대화를 위한 논의를 외교부와 국방부 주도로 '2+2' 협의체를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협의체를 통해 한국이 구매할 미국산 무기의 구체적인 항목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