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디테일'은 주한미군 방위비에…'중국 견제 전용' 우려 피해야

[한미동맹 현대화]① "분담금 사용, '한반도 안보 한정 원칙' 명문화 필요"
對중국 견제에 쓰이거나 오해 생기면 중국 반발 불가피 실용외교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현대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한국의 국방비 증액이라는 예견된 부담과 함께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와 관련된 '악마의 디테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의 '성패'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20일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의제는 미국의 '안보 청구서'의 구체적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타결된 관세 협상 당시 안보 의제를 묶어서 처리하는 '패키지 딜'을 검토했으나, 안보 분야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과의 안보 협상이 본격화되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에 중국 견제를 추가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중국의 '오해'를 피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칫 이같은 오해로 중국이 반발하면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 예산 증가+방위비분담금 증액+주한미군 역할 변화=美 '안보 청구서'

미국이 '한미동맹 현대화'를 기조로 제기할 청구서엔 한국의 국방 예산 및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과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고 대북 억제에 대한 한국군의 역할 증대 요구 등이 포괄적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러날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우리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 것을 넘어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국방비 증액은 우리 정부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내세울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직접 비용 3.5%+간접 비용 1.5%)를 인상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식을 참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한국의 국방비를 GDP 대비 3.8%(현재 2.6%)로 맞출 것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3.8%가 '나토식'으로 꾸려진 안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국방비와 별도로 불거질 수 있는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다. 정부는 지난해 체결한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이미 국회 비준까지 마쳐 재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SMA의 재협상을 원하는 듯한 발언을 수차례 내놓은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에 방위비분담금을 10억 달러(1조 4000억 원) 이상 증액할 것을 요구하는 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와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2025.8.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주한미군 '대중 견제'에 방위비 쓰이면…중국의 반발 불가피

전문가들은 GDP 대비 3.8% 기준으로 30조 원 이상을 증액해야 하는 국방비와 관련한 재정적 부담이 크다면서도, 방위비분담금 증액이 이뤄질 경우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이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방위비분담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재정 부담이 아니라 돈의 성격과 쓰임새에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 국한하지 않고 남중국해·대만해협 등 인도·태평양 지역 사안에 개입하도록 한다는 미국의 구상은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핵심 목표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있다.

국방비는 한국 정부가 자율적으로 집행해 한국군 전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지만, SMA는 주한미군의 주둔과 한반도 안보 관련 작전태세 유지를 위한 한국의 지원을 목적으로 체결된 제도라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중 견제'로 옮겨갈 경우 한국의 돈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를 지원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사안이 자칫 중국과의 '외교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 SMA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마저 제기된다. 일각에선 주한미군의 역할이 인도·태평양 전략까지 포괄할 경우 그에 걸맞은 새로운 협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방위비분담금의 제도적 성격과 활용 방향을 어떻게 논의, 규정하느냐가 동맹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이 중국 견제에 쓰일 것이라는 중국의 오해를 피하기 위한 명문화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주한미군을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틀 속에서 오직 한반도 방어에만 한정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할 경우 현재 수준의 주한미군 병력과 지휘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엄 사무총장은 "예를 들어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부로 이동해 병력이 줄어들면, 방위비분담금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결국 주한미군의 현 위치 주둔과 현 수준의 규모 유지, 한반도 안보 관련 작전태세 유지를 위해서만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음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주한미군이 정말 움직일 것인가, 만약 움직인다면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한미동맹 차원에선 한국이 어느 정도의 협력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의가 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