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버티는 일본…한국에게 '참고서' 될까

이시바 "동맹국이라도 할 말 해야"…트럼프 "일본 관세 더 올릴 것"
전문가들 "한일 상황 달라…한국은 '차분한 외교' 필요"

이재명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일본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올코트 프레스'로 미국과 관세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결과가 나올지가 7일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이 버릇이 나쁘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상호관세를 종전 24%보다 높은 '30~35%'까지 부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신의 목표 관철을 위해 미국의 핵심 동맹국 일본에게 '모욕주기'까지 불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일 NHK 여야 당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동맹국이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라며 쉽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가에선 이시바 총리의 강경한 태도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때론 '저자세 외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전통적으로 미국을 핵심 동맹으로 '각별히' 대우하는 방식의 외교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의 태도 변화는 일본 국내 여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지율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는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의 과반 유지에 실패할 경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데, 지난 2월 마이니치 신문의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대항해야 한다는 응답이 61%, 지난 4월 JNN의 여론조사에서도 관세 조치에 대항해야 한다는 응답이 57%를 기록하는 등 일본 내 여론은 정부가 미국에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쪽으로 쏠려 있다.

당장의 선거 결과가 급한 이시바 총리가 여론에 부응해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뉴스1
비슷한 처지인 한일 '공동 전선' 이야기도 나오지만…"현실성 떨어져"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과 일본은 관세 외에도 주한·주일미군의 역할 변화, 국방비 인상 등 미국으로부터 비슷한 청구서를 받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본과 '공동 전선'을 꾸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한국도 '할 말은 하는' 외교를 펼쳐 미국에게 받아낼 것을 받아내던가, 추가 유예 기간을 확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이 설정한 관세 부과 유예기간이 임박했고, 일본이 한국에 '협조'를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정이 떨어지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최근 일본 내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트럼프에 대해 불신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둔 이시바 총리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한국이 일본을 따라 하는 것은 큰 실책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미국의 반감만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류정민 특파원
美, 한국과 협상 타결해 日 압박 나설 수도…"'차분한 외교' 필요"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굴복'시키기 위해 한국과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한국의 요구사항을 미국이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메리트'를 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게 "한국을 봐라"는 방식의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역시 일본과 함께 강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및 안보 압박은 '숙적'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양보'의 폭이 넓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종합적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한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기보다는 나름의 계획대로 연속성을 유지하는 안전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시바 총리의 태도는 그렇게 이야기해도 미국이 자신들을 심하게 압박하지 못할 것이라는 축적된 근거를 통한 일종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12·3 비상계엄 여파로 '정상외교'가 늦게 가동됐고 아직 한미 정상회담도 개최되지 않았다. 한일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은 지금은 메시지를 관리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