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 활용해 글로벌 안보 질서 재편 대응해야"

"K-방산, 나토서 높이 평가…'제도적 파트너'로 위상 높아질 수도"

네덜란드 헤이그 월드포럼 건물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로고. 2025.06.19 ⓒ AFP=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방산 협력을 '전략의 축(core pillar)'으로 삼고, 나토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안보 질서 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소는 1일 발표한 'Managing Decline? NATO's Uneasy Future After the 2025 Summit'(쇠퇴 관리: 2025년 나토 정상회의 이후 불안정한 미래) 보고서에서 "한국은 방위산업 협력을 단순한 상업적 사업이 아니라, 보다 넓은 안보 및 동맹 전략의 핵심 기둥으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저자인 김세미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나토와의 협력을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접근법 한국이 파트너십을 다변화하며, 자국의 비교우위를 가진 영역에서 글로벌 안보 질서 구축에 기여하는 전략의 일부가 돼야 한다"라고 짚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방산산업은 최근 몇 년간 빠른 성장을 이뤘고, 나토 회원국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라며 "한국은 대규모 생산 능력뿐 아니라, 비용 효율성, 신뢰성, 생산 속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나토는 최근 국장급 '방산산업협의체(Defense Industry Consultative Group)' 설립에 합의했다. 이 협의체를 통해 한국은 나토의 '고가시성 프로젝트'(High-Visibility Projects)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 분야의 기술 협력과 산업 연계를 심화하기 위한 고가시성 프로젝트는 나토가 동맹국 및 파트너국의 실질적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적 협력 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이 여기에 참여할 경우,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나토의 역량 구축 단계에 공동 기획자로서 참여하게 되는 셈이 된다. 이는 한국 방산이 단순 공급자 역할을 넘어서 글로벌 안보 산업 체계 내 제도적 파트너로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대한 안보 지원을 줄이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황은 한국이 방산 협력을 통해 나토와의 접점을 넓히고 심화할 '기회요인'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6.2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보고서가 주목한 또 다른 쟁점은 나토가 합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의 국방비 지출 목표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국방비) 인상을 무역 협상과 연계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봤다.

보고서는 실제로 올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페인 총리가 국방비를 2.1%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비난하며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을 주목했다. 김세미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방위비는 더 이상 군사적 이슈에 국한되지 않으며, 한미 간 무역, 경제, 외교 등 복합적인 '동맹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나토가 GDP의 5%를 '직접 국방비'(3.5%)와 광의의 안보 관련 지출을 포함한 '간접 안보 비용'(1.5%)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국도 유연성을 도모하면서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1.5%는 인프라, 회복력, 기술혁신 등 광의의 안보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며 "각국이 어떻게 기여도를 평가받을지에 따라 협상 여지가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우크라이나 지원, 방위산업 협력, 기술 기여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전통적 군비 지출을 대폭 늘리지 않고도 동맹국으로서의 기대에 부응할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 김 부연구위원의 제언이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