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격랑, 韓에는 어떤 영향…"에너지 충격 우려·방산은 기회"

이란, 호르무즈 봉쇄 땐 경제에 직접 영향 불가피
걸프국, 방산 협력 확대 원해…K-방산엔 기회 요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D 프린팅 미니어처가 이란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2025.6.2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으로 크게 악화한 중동 정세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면 K-방산의 시장은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불안정한 정세의 흐름이 아직 잡히지 않아 시기와 수준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한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호르무즈 막히면…에너지 의존국 한국, 경제 충격 불가피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조치를 공언하고 나섰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하루 평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량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2000만 배럴)에 해당한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중동산이 80% 가까이 되고, 특히 원유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막히면 한국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경제·외교 전반에 걸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라며 "그러나 한국은 이 사안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만큼 외교적 레버리지가 제한적이라, 현실적으로는 국내 경제 관리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제적 의존 때문에 한국은 정권을 막론하고 중동 분쟁에 개입하거나 한쪽의 편을 드는 외교를 지양해 왔다. 김 교수는 "구조적으로 한국의 외교 선택지가 제한돼 있는 곳이 중동"이라며 "다자외교 무대에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수준 이상의 전략을 구사하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실용외교에 '새 시험대' 될 수도…美의 개입 압박 가능성은?

이번 사태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중동 개입이 본격화할수록, 한국 등 동맹국들에 에너지·방산·안보 공조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란의 핵 시설 타격이 북한의 핵 무장 강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주시할 대목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핵 협상 도중 폭격을 당한 이란의 사례가 자신들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미국과의 대화를 피하고 러시아와 밀착하며 핵 능력 고도화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관계 회복과 비핵화 대화를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추진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이란을 강하게 제재한 뒤 공격하면서 향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유화책을 쓰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는 한국 외교가 감당해야 할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힘을 통한 평화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추세로 굳어지는 가운데, 외교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라며 "한국도 군사력과 동맹 기반의 대응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걸프국, 안보 위기 커지면 'K-방산'에 손짓할까

반면 중동 사태의 격화가 더 심화하고, 역내의 안보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기회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 '재무장화' 계획을 확정한 유럽연합(EU)의 시장 진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 재무장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과의 안보 동맹 약화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에 이어 이스라엘-이란의 갈등과 미국의 개입으로 중동 정세는 한동안 악화일로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동의 다른 나라들 역시 유럽과 비슷한 맥락에서 국방력 증강을 추진할 수 있고, 비용 대비 성능이 우수한 한국 무기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들은 최근 독자 방위체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군사·방산 협력에 강한 관심을 보여왔다"라며 "이번 사태로 이들 국가가 자체 방위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 한국이 기술 이전, 신속한 납품, 확실한 유지·보수를 제공하는 신뢰 파트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방어형 무기 중심으로 방산 시장에 나서고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실용성'을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방산의 확대가 외교적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이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