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독립" 본격화되는 '준 4군 개편' 롤모델은 미국?[한반도 GPS]

美 해병대, 4성 해병대 사령관·독립적 의사결정 권한 보장 등 주목
북한 도발·대테러 대응 등 기능 특화에 초점 맞출 수도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범야당 및 시민사회의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모습. 2024.5.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준 4군 체제 개편'이 슬슬 '군심'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해군의 전투병과 중 하나인 해병대의 지위를 격상시켜 독립된 군정·군령권을 부여하는 등 육·해·공 3군에 버금가는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 공약의 주된 내용입니다.

권한과 규모가 커지면 미국 해병대처럼 고유의 능력인 상륙 작전 외에도 대테러·주변국(북한) 위협 등에도 대응하는 복합 전력체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하지만 지위 격상이 그저 '몸집 불리기'로 귀결된다면 정예화된 인력, 기술 집약형 작전 수행 등 '현대화'가 핵심인 국방 정책 기조와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00만 명이 넘고 결집력이 좋은 예비역 해병대원의 표심을 겨냥한 '해병대 독립' 공약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린 건 오래된 일입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현재 3성 장군(중장)이 맡는 해병대사령관의 계급을 육·해·공 참모총장급(4성 장군)으로 격상하고, 서북도서 경계·상륙작전 전담 조직으로써의 해병대 역할을 강화해 우리 군을 '준 4군 체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취임 직후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과의 첫 통화에서도 육·해·공 3군에서 독립된 해병대를 언급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국방부도 군 문민화 실현 방안과 더불어 해병대 독립 계획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내 정책수석부대표인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해병대와 해군을 분리하고 별도 병과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병대 독립 5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초석 다지기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구상한 '준 4군 체제'는 어떤 모습일까요? 미국 해병대가 독립된 해병대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부분 나라들은 한국처럼 해병대를 육군 또는 해군 밑에 두고 상륙 작전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용 중인데, 미국은 해병대가 독립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미 해병대는 해군부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4성 장군 또는 '4성급' 사령관이 임명되고 예산·인사·작전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령관 지위 격상, 작전 수행 시 해병대의 의사결정 참여 권한 확대 등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해병대 조직 개편안과 유사한 방식이 이미 적용대 성공적으로 운용 중인 것입니다. 한국의 군인사법 64조에 따르면 한국의 해병대사령관은 해군 참모총장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만 독자적 권한 행사가 가능합니다.

'준 4군 체제'를 '서북도서 경계·상륙작전 전담 조직 구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해병대를 도서 방위에 특화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전략도서방위사령부로 확대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북한의 군사 도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장갑차, 헬기 등을 동원한 전통적 상륙 작전이 초소형 보트, 무인기 등을 활용한 복합 작전으로 진화하는 것을 감안해 해병대를 다목적 전투부대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육군의 조직 개편을 통해 육군의 일부 기능을 해병대로 옮겨, '해병대 독립'의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된 소규모 병력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해병대 위상 강화를 위한 각종 방안이 그저 병력을 늘리고 지휘부의 위상을 격상하는 등 '몸집 불리기'로 귀결된다면, 해병대는 무인화·첨단기술화를 지향하는 미래 국방 전략에 반하는 조직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미국 등 여러 선진국은 기존 육·해·공 3군 체제에서 벗어나 지상군-우주군 관점에서 조직 운용 방안을 검토하는 등 국방 혁신을 꾸준히 진행 중인데, 우리 군이 이런 트렌드를 경시하고 해병대의 위상 강화에만 집중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스마트 강군·해병대의 위상 강화는 그저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진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두 잡을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라고 생각합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