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에서 외교 데뷔하는 李…역대 대통령들 첫 외교 행보는?

첫 외교 행보는 대부분 한미 양자 정상회담
김영삼 '조깅 외교'·박근혜 '로즈가든 산책'·윤석열 '삼전 공장 시찰'

이재명 대통령.(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부터 사흘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취임 약 열흘 만에 다자외교를 통해 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취임 후 첫 외교 무대가 다자외교였던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1998년 2월 25일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약 한 달 열흘 뒤인 4월 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악화돼 있던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ASEM에서 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 주력했다.

두 사람은 양국 관계 진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류타로 총리의 뒤를 이은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도 이 기조를 이어 같은 해 10월 8일 한일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최초의 문서로 잘 알려져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청와대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조깅 외교를 선보인데 이어 1995년 7월 28일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조깅을 했다. (사진가 김녕만의 산문집 '대통령이 뭐길래')2015.11.22/뉴스1

다른 대통령들의 첫 외교 무대 데뷔는 대부분 한미 양자회담이었다. 1993년 7월 10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약 다섯 달 만에 청와대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만나 '조깅 외교'를 선보였다.

당시 골프광으로 소문난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골프 회동을 제안했지만 "재임 때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라고 공언한 김 전 대통령이 이를 거절하며 두 사람의 아침 조깅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약 한 달 뒤인 2013년 5월 7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만나 2시간 이상 정상회담을 가진 끝에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서프라이즈' 제안으로 10여분 동안 통역자 없이 단둘이 백악관 안뜰에 있는 로즈가든을 산책하며 가족관계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30일 취임 50일 만에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는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재조정 문제를 꺼내 들면서, 공동성명이 회담 종료 7시간 뒤에야 공개되는 등 여러 난항이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했는데, 열흘 뒤인 같은 달 21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윤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평택 삼전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한미 간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을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5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반미 성향이 짙다는 시선을 받았던 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25일 취임식 직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만나며 한일 정상회담을 외교 무대 데뷔의 장으로 삼았다. 한미 정상회담은 약 석 달 뒤인 같은 해 5월 워싱턴 D.C.에서 진행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2월 26일 취임식이 끝나고 청와대에서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진행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대일 실용 외교'를 내세우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2012년, 이 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며 한일관계는 최악의 경색 국면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과 양자 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도 지난 1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외국 정상들 사이에 여러 차례의 양자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관세 및 안보 문제와 관련한 시급한 현안들의 논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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