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격화로 美 외교 집중력 분산…한국에는 어떤 영향 줄까

준전시 상태 이어진다면…한반도 문제 후순위 밀릴 수도
"'관세·안보·대북' 관심도 떨어지면 韓 부담 일면 덜어지는 상황"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수도 테헤란의 한 지역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6.13. ⓒ AFP=뉴스1 ⓒ News1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 등을 대규모 공습하며 중동 정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격화하고 있다. 중동 사태가 '준전시' 상황까지 전개되면 미국의 외교 집중력 분산으로 한반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14일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의 핵 프로그램·군사 시설을 선제 타격했다. 작전명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으로 명명된 이번 공격을 위해 전투기 200여기가 동원됐고, 사전에 면밀하게 정한 타깃 100여 곳에 폭탄 수백 발을 퍼부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란의 주요 군 시설이 파괴됐고, 무엇보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 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와 핵 과학자 여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정치·군사·핵 담당 고문인 알리 샴카니도 숨졌다. 이란은 핵심 '브레인'들이 일시에 사라지는 피해를 입게 됐다.

이번 공습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6차 핵 협상을 앞둔 가운데 단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사전에 파악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협상 타결을 통한 중동 정세 안정화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공습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은 '일방적 조치'라며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고,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이 지역에서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발표한 영상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지지해 준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이번 사태에 개입시키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란이 그간 이스라엘의 공습이 실제 이뤄질 경우, 역내 미국 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 가능성을 경고해 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란이 미국의 시설을 공격하도록 유도해 이번 사태에 최대의 동맹인 미국을 개입시켜 중동에서의 패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과 미국 국기 앞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형상.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중동 정세가 격화되고 결국 미국이 개입하게 된다면, 미국의 외교 집중력도 분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사안에 대한 미국의 추진력도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준전시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당연히 미국은 지속적으로 관여를 해야하고 그에 따른 외교적 자산도 투입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예상했다.

이는 한국의 입장에선 꼭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일 수 있다. 관세 협상이나 방위비분담금, 국방비 인상 등의 민감한 현안에 대한 대응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뉴욕 채널'을 통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북한에 전달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도 파악되고 있다. 공언했던 북미대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개시한 것인데, 이제 막 출범해 숨 가쁘게 중대한 사안을 챙겨야 하는 한국의 새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부분이었다. 미국이 북한보다 중동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은 이재명 정부 입장에선 부담을 덜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 하락은 오히려 새 정부 입장에선 숨을 고르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이 어렵고 일방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에 혼란 속에서도 공식적인 대북정책을 발표할 수 있다"라며 "미국이 대북정책을 공식화하면 그 다음엔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긴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소통의 중요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