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투기·헬기 '빼곡'… 美항모 '니미츠' 갑판 올라보니

24층 빌딩 버금가는 75m 높이… F/A-18 등 항공기 70여대 탑재

28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 비행갑판에 있는 F/A-18 '호닛'.2023.3.28/뉴스1 박응진 기자

(부산=뉴스1) 박응진 기자 = 영화 '탑건 매버릭'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F/A-18 '호닛' 전투공격기부터 S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까지. 28일 우리 해군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CVN-68)의 비행갑판엔 각종 전투기와 헬기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이날 오전 부산 작전기지 1부두에선 니미츠함의 입항을 축하하는 우리 해군 군악대의 환영식이 진행됐다. 해군 장병들은 정복을 입은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었고, 해군 자녀인 남녀 화동이 크리스토퍼 스위니 미 해군 제11항모강습단장(소장)과 크레이그 시콜라 니미츠함장(대령) 등에게 꽃다발 목걸이를 전달했다.

니미츠함에 오르기 전엔 셰퍼드종으로 보이는 미 군견이 내외신 취재진의 가방 등 소지품을 수색했다.

부산 입항 기자회견이 진행된 니미츠함 비행갑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엔 기체 일부가 붉은색으로 칠해진 F/A-18 '대장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F/A-18는 대공·대지·대함 임무를 수행하는 니미츠함의 주력 전투기다. F/A-18 등 함재기들은 사출장치(캐터펄트)를 이용해 약 5초 만에 항모에서 이륙할 수 있다.

28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의 비행갑판에서 올려다 본 함교와 마스트. 2023.3.28/뉴스1 박응진 기자

만재배수량 10만톤급인 니미츠함의 비행갑판은 길이 약 333m에 폭 약 77m 크기다. 여기엔 고정익 항공기 90여대를 실을 수 있다. F-35 '라이트닝-Ⅱ' 스텔스 전투기의 니미츠의 주요 함재기로 운용되지만 이날 비행갑판에선 F-35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니미츠의 함재기 중 일부는 정비에 들어가 현재는 70여대만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니미츠의 비행갑판에 서려면 지상 부두에 설치된 외부 계단과 함정 내 계단을 수차례 올라야 한다. 또 비행갑판에서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만 마스트 꼭대기를 눈에 담을 수 있다. 니미츠의 전체 높이는 24층 빌딩에 버금가는 75m에 이른다. 함교·마스트에 설치된 레이더는 정박 중에도 주변 정보를 수집하려는 듯 끊임없이 돌아갔다.

니미츠는 이외에도 전자전 임무를 수행하는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그리고 대잠 임무를 지원하는 S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와 MH-53 '페이브로' 특수전헬기를 탑재한다. 자체 방어용 무장으론 ESSM, RIM-7 '시스패로', RIM-116 RAM 등 함대공미사일과 근접 방어무기체계 '팰렁스', 경어뢰 등이 있다.

1975년 실전 배치 이후 현재 미 해군이 운용 중인 항모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니미츠는 니미츠급 항모의 '네임십', 즉 1번함으로서 미 해군 제11항모강습단(CSG-11)의 기함이다.

28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 비행갑판에 있는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2023.3.28/뉴스1 박응진 기자

'니미츠'란 함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 태평양함대사령관이자 제10대 미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니미츠함은 가압수형 원자로 2기를 동력원으로 쓴다. 니미츠는 이를 이용해 최대 출력 26만마력의 증기 터빈 4기를 구동, 4축의 프로펠러로 최고 32노트(시속 약 59㎞)가량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니미츠함의 승조원은 총 6000여명이며, 항모 안엔 치과·헬스장·도서관·수영장·소방서·영화관·은행·방송국·박물관 등 시설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특히 승조원들이 함내에서 길을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곳곳의 벽엔 '번지수'가 표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미츠와 함께 이지스순양함 '벙커힐'(CG-52), 이지스구축함 '웨인 E. 메이어'(DDG-108) '디케이터'(DDG-73) 등도 11항모강습단의 일원으로 이날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이들 함정의 함포엔 성조기가 씌워져 있었다.

28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에 내외신 취재진이 오르기 전 미 군견이 가방 등 소지품을 수색하고 있다.2023.3.28/뉴스1 박응진 기자

니미츠 등 11항모강습단 승조원들은 이날부터 부산에서 1주일가량 기항하는 동안 올해 동맹 70주년을 맞은 한미 양국 간 우호증진을 위해 함정 상호방문, 항모 리셉션 등 친선교류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 승조원들은 국내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항모강습단 함정 견학도 진행한다.

아울러 항모강습단 장병들은 부산 유엔기념공원 참배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등을 통해 한국전쟁(6·25전쟁) 전몰장병들을 추모하고 최전선에서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콜라 함장은 "아름다운 나라에 와서 반갑다"며 "우린 방문 기간에 지역을 관광할 계획이고, 문화·역사 등 모든 것에 대해 탐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해상훈련을 수행한 니미츠함 등 미 해군 11항모강습단은 다음주엔 한반도 인근 공해상에 우리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해상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pej86@news1.kr